2004년 4월 27일 화요일

sunny or cloudy..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우 댄스. 
 

'웃음은 만병을 치료하는 명약이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비관론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한바탕 웃고나면 속이 시원해지고, 무언가 답답했던 기분이 후련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TV에는 웃음을 제공하는 코미디 혹은 개그 프로가 언제나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에도 개그 장르의 작품들이 있다.  어느 작품에나 양념씩으로 조금은 들어가기 때문에 개그를 특별히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분명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개그가 양념의 수준을 넘어서, 작품의 존재 자체를 결정하는 특징이 되어버린다면 그것을 어찌 '개그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과거로부터 따져볼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개그류의 작품들은 이미 계보를 이루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파타리로', '엑셀사가', '마법진 구루구루', '멋지다 마사루', '괴짜가족', '이나중 탁구부'등등. 그리고 이들은 모두 원작이 되는 만화책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그의 계보는 만화로부터 오고 있는 것이다.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라는 묘한 제목은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이라는 뜻과 더불어 이 애니메이션의 두 주인공 하레군과 구우양, 그리고 구우양의 말로 설명한수 없는 괴이한 특징에 관련되어 있는, 중의의 제목이기도 하다. '구우'라는 말 그대로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구우는 자신이 삼킨 모든 것을 자신의 뱃속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또하나의 세계이기도 하다. (조그만 여자 아이 몸 속에 또 하나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톨킨이 중간계를 만들어낸 이래로, 가장 독특한 설정이 아니던가?;;;) 엄마와 단둘이 열대의 정글속에서 살아가는 하레는 어느날 밀림에 바나나를 따러 갔다가 갑자기 괴물을 만나 혼비백산인채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날따라 술고래인 엄마가 어디에선가 아주 어여쁜 여자 아이를 데리고 와 결국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는 '하레와 구우'는 앞서 말한대로 개그 장르의 계통을 잇는 최신 작품이다. 일단 배경이 정글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 정글에는 각종 최신 전자제품과 생활물품들이 모두 갖춰져 있어 살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사실 말뿐인 정글인 것이다. 또한 이 정글에는 일명 '포크테'를 비롯한 괴이한 동물들이 가득차 있어 실제의 정글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독특하게 설정한 또 하나의 환상 세계에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소년 하레는 평범하지만 엄마보다 성숙하고 나름의 섬세함을 갖추고 있으며, 아마도 구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저 친구들과 토닥대고, 학교와 집을 왕복하는 같은 일상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구우가 나타나면서, 하레의 일상은 완벽하게 깨져나간다. 물론 나중에는 구우조차도 하레의 일상이 되어 버리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이 귀여운 하레(화니), 오른쪽이 예쁜 구우(구르미)... 하지만...

 

개그 만화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예상을 뒤엎는 리듬감, 돌출하는 화면 구성, 등장인물의 오버하는 몸동작과 대사등이 그런 것이라면, <..하레와 구우>는 바로 그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일반적인 특징에 더불어, 이 애니메이션만의 유별난 특징이라면 바로 그 음험함에 있다. 이것은 뒤에 앉아 느긋하게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작가의 음험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인물들이 아무리 신나게 날뛰고 소리지르고 오버해도, 작품 자체가 들떠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작가는 철저한 계산과 남다른 감각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그콘서트의 앵콜 코너가 반복적인 연습에 의해 웃음을 주었던 것처럼, <..하레와 구우>의 개그 장면들은 그저 단지 우연히 만들어진 웃음보다는 앞뒤를 재고 자르면서 다듬어진 그런 웃음 유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웃음이 부자연스럽다거나 어색하지는 않다. 원작을 보면 오히려 덜 우습다고 생각되는 장면들까지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터치로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26화로 종결되었고, 원작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구우'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원작 자체도 그것이 왜 가능한지 밝힐 생각은 전혀 없는 듯하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구우'는 원래 그런 아이라는 생각쪽에 가까워지고, 하레가 구우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 하지만 구우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시청자나 독자도 그렇게 변해가는 것만 같다. 정말 실컷 웃고 싶을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하레와 구우>를 보고 웃지 않는 사람은 감각이 마비된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아니면 그런 감각을 전혀 접해보지 못해서 '웃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대외용 얼굴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본 얼굴로

 

 




< 출처 : 투니버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