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31일 수요일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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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음모나 배신 같은 대단한 것들이 없는 소시민들의 삶에서 '사랑'이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 하루 일과에 지친 7명의 남녀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작은 덮밥집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의 소소한 일상에 위기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사건이 시작된다.

 

사 사 사

랑 랑 랑

이 이 이

하 하 하

고 고 고

싶 싶 싶

어 어 어

 

3중, 4중으로 얽힌 애증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가 넘쳐나는 마당에 무려 7명의 남녀가 등장한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거나 멀리할 필요는 없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저 길을 지나다가 잠깐 어깨를 부딪혔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한번 눈이 마주쳤을지도 모르는 보통사람들일뿐이다. 기억에 남거나 할 이유도 없는 그런. 우연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덮밥을 먹었을뿐 서로를 전혀 머릿속에 담아둘 이유가 전혀 없는 그런 사람들이 마치 동시에 번갯불에라도 맞은듯 사랑이란 감정의 화살을 서로에게 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단 한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외로움'이라는 세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바로 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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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32세의 여고 교사 아카이 료스케는 약혼한 여자 친구를 위해 생일 선물을 마련하지만 약속을 펑크낸 여자 친구는 어디론가 잠적한 후에 도저히 연락이 되질 않는다. 그녀를 위해 마련한 빨간 구두를 멍하니 들고 덮밥집에 들른 아카이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옆에 있던 어떤 여자에게 구두를 선물하고 훌쩍 가버리는데.

오프닝에서 빨간 넥타이를 두르고 등장한 아카이 료스케. 그리고 선물로 마련한 빨간 구두.  유감스럽게 전혀 정열적이지 못한 남자 아카이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한데다가 마냥 착한 사람이어서 도망친 여자 친구 앞에서 그저 낙담할뿐이다. 이런 남자 첫눈에 좋아할 여자 있겠냐는 생각이 들만큼 보잘것없지만, 그에게도 숨은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여자가 있었다. (아카이 =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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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24세의 호텔 객실부 직원 나가시마 미칸은 생일날 축복해주는 남자 친구 하나 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다가 덮밥집에 들른다. 열심히 덮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있던 웬 더벅머리 남자가 가방 하나를 던져주고 가버린다. 그 가방안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메세지와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빨간 구두가 들어있는데.

주황색 롱치마를 펄럭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그녀 미칸. 사람 이름이 미칸이라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미칸은 우리나라 말로 귤 아닌가?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남자 친구와의 찐한 연애는 그저 남의 일뿐이라고 낙담하던 그녀의 눈을 뜨게 해준 남자가 있었으니 이제부터 그녀는 사랑을 향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돌진한다. 스토커 짓도 불사하면서..

아뿔싸, 그런데 그 남자 옆에 다른 여자가 있다. 잘익은 귤처럼 통통하고 속깊은 미칸의 사랑쟁취기가 시작된다. (미칸 = 귤 = 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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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go

26세의 에스테 싸롱 직원 하다 아이는 애인 시무라의 바람기에 하루도 속편할 날이 없다. 그래도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바램은 없다. 아이는 시무라를 사랑한다. 덮밥집에서 둘이 짜고 애인끼리 갑자기 싸울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를 시험해보는 엄한 짓을 해볼 정도로 두 사람은 묘한 관계. 하지만 시무라는 결국 아이에게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홧김에 술을 마신 아이는 우연히 아카이를 만나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같이 들어가는 되는데.

파란 원피스, 파란 우산의 아이. 이름처럼(藍) 쿨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좀처럼 사랑(이 발음도 일어로는 아이)때문에 그게 잘 안되는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이 = 남색)

 

 

 

 

 

 

 

Green

46세의 덮밥집 주인 미도리카와 분페이는 그날따라 유난히 이상한 손님들때문에 정신이 없다. 어떤 남녀는 싸우는 연극을 하다가 휙 나가버리기도 하고, 늘 찾아오는 저 고등학생도 무척이나 눈에 거슬린다. 어쩐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늘 덮밥 보통을 시키는 귀여운 단발머리 처자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선물 가방을 맡기고 가버린다. 덩달아 그녀도 가버린다. 혹시 그 남자를 따라간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잔디밭에 누워 잠이나 청할까 했더니 어떤 아줌마가 풀어둔 개때문에 낮잠을 망치는 미도리카와.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과 이성에 대한 사랑에 가슴 부푸는 이 아저씨에게 초록색은 참 잘 어울리는 색깔이 아닌가 싶다. (미도리 = 초록)  

 

 

Violet

30세의 잘나가는 소설가 겸 TV프로 진행자 시무라 이치로. 재력있고 능력있고 미남인 탓에 여자가 끊이질 않는다. 자주 만나는 아이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자중 하나일뿐. 아이가 아무리 시무라를 사랑한다고 해도, 사랑밖에 모르는 그런 여자는 답답해서 싫다. 결국 아이를 걷어차는데 성공했지만 그녀가 딴남자를 사귄다고 하니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조금씩, 조금씩.

보라색 시트로 무장한 오픈카를 타고 지나가는 시무라. 비밀을 간직한, 그래서 우울해지는 그 남자는 때론 강렬하게, 때론 기묘하게 다가오는 보라색의 남자다. (紫村 = 시무라 = 보라색)

 

 

Blue  

18세의 고등학생 아오시마 와타루. 당췌 대학을 왜 가야하는지, 잘하는게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앞길은 구만리 같은데 할 줄 아는거라고는 그저 남들이 외우지 않는 특이한 단어나 외우고 다니는 것. 그래도 마네의 그림은 너무 좋아한다. 전화 미팅방에서 만난 24세의 스튜어디스도 마네의 그림을 좋아한다는데 어쩐지 끌린다. 서른살 먹은 디자이너라고 속이고 한번 실제로 만나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영 양복도 안어울리고 머리 모양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고 덮밥집에서 잠깐 본 그 아줌마만 왔다갔다 한다. (아오이 = 파랑)

 

 

Yellow

42세의 전업주부 코다 오리에. 남편은 바람이라도 피우는지 늘 늦게 들어오고, 자식들은 머리 굵었다고 엄마는 상대도 하지 않는다. 속상한 나날중에 우연히 알게된 전화 미팅방 서비스에 들어갔다가 24세의 스튜어디스라고 거짓 음성을 남겼더니 서른살의 디자이너가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생각보다 너무 어려 보여서 도저히 자신이 없다. 할 수 없이 스튜어디스의 언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黃田 = 코다 = 황색)

 




< 출처 : 뮤크박스 >



일곱 색깔의 갑남을녀는 카펜터즈의 'Rainbow Connection'을 따라 이렇게 저렇게 얽히며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마치 무지개가 이어준 인연처럼. 늘 곁에 스쳐가는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인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인연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지금 움직이는 손가락 하나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그저 살아가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가치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일견 매우 평범한 교훈이 이 드라마속에 충실하게 담겨져 있다.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멜로드라마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 그러고보면 일본 사람들은 정말 세밀한 디테일에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행복을 보고도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준 드라마였다. 간만에 와타베 아츠로의 착한 사람 연기와 사람좋은 웃음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도 감사.

 

 

<낑아님의 홈페이지에서 캐스트 전체 사진을,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서 배우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2004년 3월 30일 화요일

Change G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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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전투팀과 개발팀의 차이다!


 



命(いのち)を 燃(も)やせ 怒(いか)りを 燃(も)やせ
목숨을 태워라 분노를 태워라

今(いま)が その 時(とき)だ
지금이 그 때다

 

「チェンジ·ゲッタ-!」
체인지·겟타-!

 

風(かぜ)が うなる 大地(だいち)から 遠(とお)い 星(ほし)を 見上(みあ)げてる
바람이 으르렁거리는 대지로부터 먼 별을 올려다보고 있어

この 靑(あお)い 地球(ちきゅう)に 明日(あす)は あるか
이 푸른 지구에 내일은 있는가

 

希望(ゆめ)を 奪(うば)い去(さ)る 者(もの)は どんな 奴(やつ)も 許(ゆる)さない
꿈을 빼앗아 가는 자는 어떤 녀석도 용서하지 않아

魂(たましい)が 奮(ふる)える 起(た)ち上(あ)がるんだ
혼이 떨리고 있어 일어서는 거야

 

勇氣(ゆうき)は あるか 希望(きぼう)は あるか
용기는 있는가 희망은 있는가

信(しん)じる 心(こころ)に
믿는 마음에

明日(あした)のために 戰(たたか)うのなら
내일을 위해서 싸우는 거라면

今(いま)が その 時(とき)だ
지금이 그 때다

 

暗(くら)い 闇(やみ)の 宇宙(うちゅう)から せまり來(く)る 恐怖(きょうふ)の 聲(こえ)が…
어두운 어둠의 우주로부터 닥쳐오는 공포의 소리가…

心(こころ)に 燃(も)える 炎(ほのお) 消(け)しちゃいけない
마음에 불타는 불꽃 꺼뜨려서는 안 돼

 

きっと 君(きみ)が 行(い)かなけりゃ もしも 俺(おれ)が やらなけりゃ
반드시 네가 가지 않으면 만약에 내가 하지 않으면

美(うつく)しい この 地球(ほし)が 絶(た)えてしまう
아름다운 이 별이 없어져 버린다

 

命(いのち)を 燃(も)やせ 怒(いか)りを 燃(も)やせ
목숨을 태워라 분노를 태워라

敵(てき)を 倒(たお)すまで
적을 쓰러뜨릴 때까지

全(すべ)てを 捨(す)てて 俺(おれ)は 戰(たたか)う
모든 것을 버리고 나는 싸워

今(いま)が その 時(とき)だ
지금이 그 때다

 

「チェンジ·ゲッタ-!」
체인지·겟타-!

 

 

 

 

 

 

타오르십니까?


 

2004년 3월 29일 월요일

그로이저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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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든 음악이든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퍼온다음 글 몇 줄을 붙여서 가공하는 행위에 대해 조금 찜찜한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기억속에만 있던 것을 아주 짧은 시간의 노력만으로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인터넷의 발전에 대해 감사해야할지.. ^^

 

더듬어 생각해보건데 분명 79년에 MBC를 통해 방송되었던 것 같습니다. 79년 5월 24일이라는 정확한 첫방송 날짜를 기록해놓은 사이트도 있습니다만 제가 그때 7살이었던 관계로 그런것 까지는 진위 여부를 따질수 없겠고요. 제가 그 당시에 TV를 보면서 열광했던 어린이 프로가 두개 있었는데 그 하나는  실사 합성물이었던 <아이젠버그>였고 또 하나가 바로 이거 <그로이저 X>였다지요.

 

그로이저 엑스는 공폭로보트입니다. 공(중)폭(격)용 로보트라는 뜻이라네요. 원산지가 일본인데 그 사람들은 공중폭격에 대한 공포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잘도 이런걸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각설하고 저 투박하게 생긴 로보트 참 매력있었습니다. 보통 다른 로보트는 필요할때나 비행형태로 변신하는데 그로이저 엑스는 저 모습이 원래 모습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필요할때만 로봇형태로 변신하죠. 그리고 양쪽 날개끝에는 소형 유닛이 하나씩 탑재 되어 있는데 하나는 잠수정이고 또 하나는 비행정이었습니다. 게릴라 침투용으로 쓰였던 기억이 설풋 나네요. (^^)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까 남자 주인공 이름이 학돌이였고, 여자 주인공 이름이 리타였더군요. 가이라스성의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고 외계인인 리타는 그로이저 엑스를 타고 와서 학돌이와 같이 지구를 구한다는 뭐 그런 내용의...

 

하도 오래되서 제가 왜 이 만화에 열광했었는지는 잊어버렸습니다만...

주제가가 너무 좋았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아, 시리즈 후반부였던가요?

학돌이가 가이라스 성인의 저격에 의해서 저세상으로 가버린 것처럼 끝난 에피소드가 있었죠.

하도 당하기만 하던 가이라스 성인이 그로이저 엑스의 약점을 찾다가 조종석이 있는 그로이저 엑스의 눈쪽을 저격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서 멀리서 스나이퍼 짓을 했던거죠.

그때 저는 학돌이가 죽으면 안된다고 거의 절규를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군요.

아마도 어린 아론은 다음회가 방송될때까지 패닉상태로 있었던 것 같은데...

다행히 학돌이는 가사상태에 빠졌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되살아나서 열심히 싸웠다죠. 

어린 마음에 얼마나 가슴졸였던지...

 

그나저나 제 나이또래중에서도 이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런지 궁금하군요.

좋아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답글 한 줄 달아주세요. ^^

 




< 출처 : 별과화석님의 엠파스 블로그 >

2004년 3월 28일 일요일

spirited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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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잊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다시 만날수 있으니까...

 

 




< 출처 : 뮤크박스 >

2004년 3월 27일 토요일

FOR fruits bas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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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날수는 없어도...
 
변해갈 수 있으니까...
 
 





< 출처 : 뮤크박스 >

정의의 소년 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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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SBS가 자칭 만화왕국을 표방하고 몇가지 애니메이션을 의욕적으로 편성하다가 말기는 했습니다만 실상 만화왕국은 70년대 TBC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방송을 탄 것이 가상하다 싶을만큼 난해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고 음울하기도 했던 여러가지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줄곧 TBC를 통해서 방송되었던 것 같네요. (하도 어렸을적이라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물론 KBS로 통폐합되고 전두환 할배께서 친히 SF물을 비롯한 애니메이션 방송금지 철퇴를 내리는 등 안해도 될 일들을 한 이후에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그 삼엄하던 시절에 오히려 방송에선 재주껏 잘도 별다른 검열없이 애니메이션을 내보내곤 했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쉽게 말이죠.

 

뒷전으로는 <개구장이 스머프>가 그야말로 공산주의 만세라느니, <미래소년 코난>의 이상향 하이하바 역시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공산주의 천국이라느니 (그 당시에는.. 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구분을 할줄 몰랐습니다. 초등학생이었거든요.), <은하철도 999>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이라느니 뜻도 모를 소리가 돌아다니곤 했고, 밍키의 엉덩이가 아무런 제약없이 6시대에 방송을 타지 않았던가요? 흐흐흐..

 

<정의의 소년 캐산>도 뭐 그런 축에 속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전 어렸을때 이 애니메이션 별로 안좋아했습니다. 일단 정의를 위해서 몸바쳐 열심히 싸우는 건 좋은데 그 분위기가 너무 비장했단 말이죠. 캐산 엄마가 왜 스와니라는 백조속에 갇혀있는건지도 모르겠고, 하여간 너무 심하게 작품 전체를 짖누르는 비장감에 숨이 막혔던 것 같습니다. 기르던 개가 로봇 짜쿵이 되었다는 것도 너무 싫었구요. 브라이킹 보스도 너무 무섭게 생겼지 않았었나요?

 

나중에서야 캐릭터 디자인이 아마노 요시타카고 제작사가 타츠노코 프로덕션이라는 사실같은것도 알긴 했지만 어쨌든 예닐곱살 된 꼬마가 보기에는 참 부담스럽더란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시 한 번 제대로 뜯어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다시 본다면 뭐가 그렇게 부담스러웠는지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해서요.

 

독수리 5형제는 잘도 재방송이 되는데, 캐산은 그 이후로 본적이 없는 것 같네요..

 

 

 




< 출처 : 인터뮤직 >

american pie ... &lt;넥스트 베스트 씽 中&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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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뭐라고 하는 게 적절할까요? 아마도 그냥 '차선'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가장 좋은것 다음으로 좋은 것이라는 해석이 맞다면 말이죠. 이 영화는 우리 나라에 꽤 오랫동안 소개되지 않다가 비디오로 슬그머니 나왔는데 그것을 다시 케이블에서 보게되었습니다.

루퍼트 에베렛은 꽤 알려진 '게이' 배우고, 스트레이트보다 게이를 선호하는 듯 보이는 마돈나의 취향에도 썩 잘 어울리는 남자죠. 마돈나가 노래하고 둘이서 같이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 '아메리칸 파이' 뮤직 비디오가 기억나는군요. 게이 남자와 애딸린 스트레이트 여자의 동거 스토리라면 좀 얄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여하튼 이런 저런 이유로 가벼운 코미디를 연상하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게 쉽게 흘러가는 영화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집중하고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동거하는데 마돈나한테 새로운 남자 애인이 생기고, 그래서 그 남자를 따라 떠나려다 보니 6살박이 아들을 누가 양육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겨서 어이없게 양육권 소송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더군요. 그것참. 멀쩡한 부부가 이혼하면서 양육권 소송을 한다면 이건 별로 영화거리가 안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남자가 스스로 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그 아이의 생부로 믿고 있고, 또 아이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아이를 양보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합니다. 종래에는 자기가 생부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는데도 아이의 손을 놓지 못하죠. 여자의 변호사는 이 남자가 게이란 이유로 공격을 하고, 결국 소송에 실패하는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인권에 대한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감독은 존 슐레진저이지만 이 늙은 감독이 한때는 사회성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럴 여력도 없을 거구요. 그럼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이 영화는 대체 뭘까요? 말그대로 '차선'을 찾아 떠나는 영화입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그런 방향으로 말이죠. 애엄마 마돈나는 새로 사귄 애인하고 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빠 노릇을 해왔고, 또 아이도 진짜 아빠처럼 생각하는 루퍼트 에베렛에게 '심정적인' 양육권을 줍니다. 그게 자기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루퍼트 에베렛 역시 남자 애인이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차선책'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길인가 보더군요. 좋은 결말이지만 그래도 좀 찜찜합니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로 출발해서 아닌것처럼 나아가다가, 로맨틱 코미디로 결말을 낸 셈입니다. 뭐 어차피 공격적인 성향의 영화를 기대하고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본 것은 없습니다만 흡족한 미소를 흘리기엔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배우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마돈나는 아이 엄마가 된 상태였고, 루퍼트 에베렛은 원래 게이이니 굳이 자신의 처지를 대입한다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던 것은 당연한 결과겠죠. 마지막으로 이런 의문이 생기더군요. 두 사람의 아이가 아들이 아니고 딸이었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 출처 : 뮤크박스 >

last love song on this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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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하고 있다...





< 출처 : 뮤크박스 >

2004년 3월 24일 수요일

Childhood Memories - &lt;원스어픈어타임인아메리카 中&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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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전설적인 영화.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DVD 복원판이 얼마전에 출시 되었다.

 

재미있는건 살아 생전에 복원을 원치 않은채로

저 세상에 가버린 고집스런 감독탓에

복원판이 나왔다 하더라도

이 영화의 진짜 판본이

몇시간짜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초기 편집본이 10시간이라는 소문부터 시작해서

국내 극장에 걸린 1시간 45분짜리본까지 합치면

전세계적으로 과연 이 영화에

몇가지 버전이 존재하는 건지

실로 궁금할뿐.

 

얼마전 출시된 DVD는 총 226분.

TV에서 국내 첫방영시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동안 지켜본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그 당시에도 크게 삭제되지는 않았던 것같다.

아편으로 시작해서

아편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당췌 무슨 소린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를

혼란스럽게 또는 절묘하게 오가는 복잡한 구성이

이런 다양한 판본을 낳은

또 하나의 이유였을지도.

 

주인공들의 아역들이

너무나 절묘하게 성인 배우들과 닮았다는 점에

감탄에 감탄을 했고

(로버트 드니로의 사마귀까지 재현. 우하하.)

 

데보라의 아역으로 등장한

제니퍼 코넬리는

과연 숨어서 훔쳐볼만한 요염한 매력을 발산.

 

아울러

리바이스 광고를 통해 알려진

이 음악과 함께

엔리오 모리꼬네가 낳은 불후의 OST는

꽤 오랜 시간  내 워크맨 속에 머물러 있었다.

 

 




< 출처 : 뮤크박스 >

 

PS. 시간순서대로 편집하고 1시간 45분 짜리로 만들었다는 국내 개봉판의 정체가 아직도 궁금하다.

2004년 3월 23일 화요일

love theme - &lt;로미오와 줄리엣 中&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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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올리비아 허시, 레오나드 화이팅 주연.

196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

 

10대들의 성과 사랑은

단죄되어야 하는 것일까?

 

춘향은 이몽룡이 출세하여 성인이 될때까지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기다려야 했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간발의 시간차로

죽어야만 했다는데.

 

표면적으로 그들이

기다리거야 죽었어야 하는건

10대라는 이유는 아니었지만서도

그건 정말 실질적인 이유를

가리기 위한 포장이 아니었을까?

 

옛날 옛적에는

십대때라도 어른들이 원하면

정략결혼이 난무했다고 하지만

그거야 권력과 재산과 계급을 가진

'잘난' 어른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겠고..

 

프랑코 제피렐리의 영화는

발칙함으로 둘러싸인

바즈 루어만의 영화보다

순수했고

그만큼 더 슬펐지만

 

이걸보는 어린 나는

오히려 이런 생각에만

집중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잘나진 못했어도

어른이 되어 버렸는데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사랑은 멀고 먼 남의 이야기일뿐이니.. 원..

 

 

 




< 출처 : 뮤크박스 >

 

PS. 무뇌충을 떠올리지 말라고. 정말 그건 범죄야.

2004년 3월 21일 일요일

Belle - &lt;미녀와 야수 中&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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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기억은 참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날

안경이 깨져서

어쩔수 없이 렌즈가 멀쩡한

한쪽 눈으로만 영화를 봐야 했다는거다.

물론 안보이는 반대쪽 눈은 손으로 가리고.

(극성맞은가? 크크)

 

두번째는 제대로 못본게 아쉬워서

다른 극장에 또 찾아가서 봤고,

너무 좋아서 결국 극장 상영이 끝난 후에

서울대까지가서 또 봤다는 거다.

(그 당시엔 왜 서울대에서 극장 상영용 영화를 틀었을까? 미군부대도 아니고)

 

세번째는 너무 좋아한 나머지

삐짜 비디오 테입을 구했다는 거다.

일본 애니메이션도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디오 테입까지 구해서

늘어질때까지

봤다는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뿐.

 

네번째는

이 시기에 같이 활동하던

하이텔 시네마천국에서

<인어공주> 지지파와

<미녀와 야수> 지지파간에

약간의 설전이 있었다는 거다.

결국 몇년이 흐른 후에 생각해보니

디즈니는 그냥 디즈니였다. --;

 

다섯번째는

게리 트루스데일과 커크와이즈라는

생소한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4년인가 지나서

<노틀담의 꼽추>가 나왔을때

득달같이 달려가서 봤지만

디즈니에서 왜 감독이 유명무실해지는가를

깨달았을 뿐이라는거다.

(팀 버튼 만세.. --;;)

 

마지막으로 이 음악.

ost 수록곡들이 다 좋긴하지만

그중에서도 오프닝에서

5분 이상을 장악했던 이 곡을

잊을 수가 없다.

 




< 출처 : 뮤크박스 >

 

디즈니 + 하워드 애시먼 + 알란 맨켄

최고의 명장면.

 

ps. <흡혈식물 대소동 little shop of horrors>은 애쉬먼 + 맨켄 콤비의 필견의 명작 

 

ps 2. 하워드 애쉬먼이 에이즈로 죽지 않았다면<알라딘>이 단순 오락물에 머물지 않았을텐데.

 

 

 

 

2004년 3월 18일 목요일

main theme ... &lt;마지막 황제 中&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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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가 있다면 바로 이 영화.

 

이 영화 앞뒤로

영화를 보는 눈이 달라졌달까?

그저 보는 것이 즐겁고

현실도피는 아니었을지언정

영화와 함께 하고 있는 그 순간에

그저 행복했을뿐이었는데...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눈에서 불똥이 튄 것은

지금은 잘 생각도 나지 않는 어느 장면에서.

 

카메라를 잡은 사람.

색깔을 입힌 사람.

소리를 입힌 사람.

빛을 입힌 사람.

그리고 배우.

 

비로소 한 편의 영화뒤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 감격해버렸다.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영화'

 

여전히 혼자서 감격할뿐.. *^^*

 

 

 

 

 




< 출처 : 뮤크박스 >

2004년 3월 17일 수요일

영원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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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어른이 되더라도 마음 속에서는 부모의 애정을 끊임없이 구하는 어린애와 같은 존재일 것"

 

동명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텐도 아라타는 제목의 뜻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사람은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을때 진정 어른이 된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도 겨우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그러나 부모가 되어서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지 못한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아니, 차라리 제한적이기만 하다면 다행스러울 것이다. 부모가 입힌 상처로 뒤덮인 피투성이 아이들의 길고도 먼 인생을 과연 누가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험준한 산을 어렵게 올라가는 한 소녀와 두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보는 이를 힘겹게 한다. 무엇때문에 어른도 올라가기 힘든 그 산을 아이들이 올라가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산위에서 구원받길 바란다. 그러나 뒤따라온 어른은 너무나 쉽게 그들에게 충고한다. 신은 없다고. 구원따윈 환영이라고. 너희들이 본 신의 모습은 안개에 반사된 본인들의 모습일 뿐이라고. 높은 산보다도 험준한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 대한 암시였을까? 자연스럽게 그로부터 18년후로 넘어간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구원따윈 없는 힘겨운 일상의 연속일뿐이다. 그리고 우연한 재회로 묻어두었던 상처와 그로 인한 재앙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와타베 아츠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로 꼽히는 나카타니 미키, 그리고 매력남 시이나 킷페이가 함께 출연한 작품인 <영원의 아이>는 성적으로, 심리적으로 유린당한 세 아이의 18년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이 받은 트라우마가 현재에 어떻게 되살아나고 극복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 소설의 기본 구도와 그 영상화에 충실한 이 드라마는 그렇기 때문에 색다른 해석이나 스토리를 추가하지는 않는다. 대신 충격적인 논란거리가 될법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은 듯하다. 부인대신 딸을 육체적으로 사랑해버린 아버지, 문란한 엄마의 사생활때문에 스스로 성적 능력을 상실한 사내 아이, 아들을 저주하며 온몸에 담배빵을 놓은 엄마와 그 아들. 과연 이것이 도덕적, 선정적인 문제를 일으킬만한 '설정'에 불과한 것일까? 누군가는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는 절대로 제작될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어디에선가 이런 일들은 분명 벌어지고 있을 것이며, 심심치않게 다뤄지는 신문 기사는 그 문제의 본질을 떠나 그것을 바로 '선정적'인 사건으로 만들어버린다. 다행히도 이 드라마는 원작 소설의 탄탄함을 빌어 본질의 심각성을 훼손하지 않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12회에 걸치는 동안 보는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괴로웠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여전히 어렵다. 끝내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어떤 구원도 받지 못했다. 어깨를 걸친 세 사람끼리도 각자를 구원하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가 아닌 자신의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구원의 손길을 스스로에게 뻗기 전에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르고 말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가?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전에 또 다른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밖에 없는 그런 것.

 

여리고 위축된 모습으로 상처받은 내면을 감추는 나가세 쇼이치로 역의 와타베 아츠로, 과감히 뒷모습 누드를 공개하고,  격정적인 장면에선 눈물, 콧물 가릴 것없이 흘려가며 배역에 몰입한 아리사와 료헤이 역의 시이나 킷페이, 가장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구사카 유키 역의 나카타니 미키, 이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그들보다 더 고생하고 더 힘들었을게 분명한 세 아역배우들이 있었기에 이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지 않았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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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배우와 어른 배우들

 

 

익시드 - I will


< 출처 : 헤롱이네 일드 블로그 >

 

ps. 포스터와 사진은 낑아님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

2004년 3월 11일 목요일

愛なんていらねえよ、夏 -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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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끝난 순간 무엇을 써야할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엔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해서 불만을 가져야할 이유도 없고, 그런 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스토리 내내 끌고 온 어떤 것에 대해 나무랄 필요도 없었다. 그저 사랑따윈 필요하지 않았던 뜨거운 한 철 여름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라는 것.
 
아직은 사랑이 필요한 가을이라든지 겨울이 왔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어려운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불확실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믿음이나 신뢰가 완성되는 그 시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믿음이란 것은 순간 순간 흔들려버리고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순간 자신이 바로 '인간' 그 자체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그렇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얄팍하고 실낱같은 믿음에 흔들리며 상처받으며 살아왔던 두 사람이 서로의 모습을 끌어 당긴다.
 
'속으면서도 믿는 것. 그런데 속이지 않는 것'
 
여러모로 <사랑따윈..>은 같은 시기에 바다 건너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네멋대로 해라>를 떠올리게 한다.
 

life - 이케다 아야코


<트릭>을 통해 '믿음'이란 것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던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도전을 해냈다. 나쁜 남자와 맹인 소녀의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도식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그의 인간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다. 러브 스토리 또는 멜로 드라마로서의 이 작품에 대한 점수는 그리 높을 수 없겠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단지 흥미 이상의 것이라면,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척박한 삶 안에서 눈물로든 웃음으로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드라마는 제 몫을 해낸 것이고 작가는 충분히 '작가'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개의 호스트바를 경영하며 돈많은 여자들로부터 부유함을 뜯어내는 나쁜 남자, 시라토리 레이지. 이름 그대로 살기위해 물밑에서 발버둥치는 자신의 두 발을 보여주지 않는 우아한 백조(시라토리) 처럼 여자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뒤돌아 선 자리에서 '사랑따윈.. 필요없다'고 힘겹게 내뱉는 그의 모습을 연기한 와타베 아츠로의 연기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단 한방으로 '와타베 월드'에 입성할 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

 

아코짱을 연기한 히로스에 료코. 얼마전에 이은주가 <안녕 유에프오>라는 영화에서 맹인 연기를 했다가 이러저러 안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더라만 그건 이은주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거다. 마찬가지로 히로스에 료코의 연기도 단순한 아이돌 스타의 그것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이 혼자의 재능만은 아니었을 터,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그녀가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단 이틀만에 초고속으로 끝낸 드라마 감상이지만 여운은 이틀에 머물지 않을 듯하다. '왜 그렇게 빠져들었냐?'고 묻는다면 그냥 다른 말 대신 '보면 안다'라고 말하고 싶다. 뭐, 드라마나 영화나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다 보고 나서도 '별로'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저 일본 드라마를 본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것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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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시리즈 계속.

 

1. 나쁜 남자들은 머리를 짧게 밀어야 하나?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도 머리가 짧았다. <나쁜남자>의 조재현(극중 배역 이름을 몰라.)도 삭발. 시라토리 레이지도 삭발. 이유는 다 다르지만 긴머리의 나쁜 남자는 이미지 상 좀 덜 나빠보이는 건지도.

 

2. <네멋대로 해라>와의 공통점.

 

    - 방영시기 2002년 여름. 월드컵 직후

    - 주인공 직업은 나쁜놈 만땅. '소매치기'이거나 사기꾼 '호스트'거나.

    - 시청률 바닥권. 양쪽다 방송사 측의 눈엣가시 드라마.

    - 매니아층 형성. 드라마 로케이션 장소 투어가 횡행.

    - 만드는 스탭들이나 매니아들만 숨어서 행복해했던 드라마라는 뒷소문.

    - 연말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못받고 감독상, 각본상만 수상했다는...

    - 두 드라마 모두 일본에선 찬밥. 한국에선 열광. (본사람들만..)

    - 찍는 도중 감독 삭발. (주인공에 너무 동화된 나머지??)

    - 남자 주인공은 연기파, 여자 주인공은 아이돌 출신. (이나영에 대해..료코에 대해 할말있을까?)

 

3. 와타베 아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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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그랬지만 선입견이란 것은 대단히 무시못할 영향력이 있어서 이 작품을 보기전 스틸 컷을 몇장 보았을땐 저렇게 후지고 팍 삭은 얼굴의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을 안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팍 쉬어버린 목소리, 휘청거리는 걸음거리, 좁디 좁은 어깨, 바싹 마른 몸에 길다란 다리.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명품족.

와타베 아츠로의 연기는

살아있는 시라토리 레이지

그 자체였다고 할까.

 

4. 히로스에 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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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

 

'오빠.. 나 죽여줘...'

 

가짜 오빠 레이지는 이 장면에서 저 눈이 안보이는 맹인 소녀를 급행 전철에 밀어 떨어뜨려 죽이고 유산을 가로채려고 했었다. 어여쁜 소녀의 눈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흔든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