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3일 금요일

블루문 특급 (Moonl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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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형 블로그에 알자로의 노래가 올라왔다. 그리고 곧 그것에 감흥을 받아 이 오래된 TV시리즈 <블루문 특급>에 관한 포스트를 올리고 싶어졌다. 언제나 과거만 있고 현재나 미래가 없는 내 블로그의 특성상 주로 기억에 의존하는 포스트를 올리게 되는데 그런 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서 과거의 데이터라든가, 기록에 남은 사실들을 열심히 조사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조사하는 일에 흥미가 없다고나 할까? 그런것들을 따라 자료를 모으다보면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밖에 안들게 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블루문 특급>은 내 기억에 최강의 변태적 TV시리즈로 남아 있다. 방영 초기에는 비교적 사이가 안좋은 두 사람이 어쩌다보니 협력을 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방식의 탐정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스크류볼 코미디와 추리물을 결합한 이색적인 시도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뒤틀리고 비틀어져 결국 그 유명한(!) 최강의 컬트적 엔딩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진정 변태(!)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거기에는 주연이었던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셰퍼드의 관계가 물려있었다. 처음에는 사이가 안좋은 것이 단순한 '설정'에 불과 했는데 드라마밖의 실제 관계에서도 브루스 윌리스와 시빌 셰퍼드는 서로 얼굴조차 마주치기 싫어할만큼 사이가 안좋아져버렸기 때문이었다나.
 
누군가 그 최강의 컬트성 엔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시간 관계상 그 이야기는 일단 다음번 포스트로 미루어둔다.
(혹시 이 포스트가 수정되어서 뒷 이야기가 붙여질 가능성도 거의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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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문 특급> 시리즈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초창기에는 분명히 탐정 드라마였다. 그러다가 남녀가 한쌍을 이루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들이 으례히 직면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러브'.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작가와 연출가, 배우들은 물론 시청자들간에도 상당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던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두 주인공. 가뜩이나 사이가 나빠서 마주치기도 싫어하는데 서로 사랑하는 연기를 해야한다면? 포옹을 해도 키스를 해도 화학작용은 커녕 냉기만 뿜어댈 두 사람을 앞에 놓고 연출자는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미 전체 스토리의 대세는 러브스토리로 가버렸는데 배우들은 러브씬 연출을 거부하고다시 원래의 탐정 이야기로 돌리기엔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 상태에서 드라마는 갈수록 이도 저도 아닌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시빌 셰퍼드와 브루스 윌리스의 기싸움속에 지쳐 버린 연출자가 묘안을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종의 자포자기와도 같았다. 더이상 배우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연출자도 작가도 내키는대로 아무 내용이나 다루겠다는 것. 그래서 후반부엔 정말 어이없이 포복절도할만한 에피소드들이 꽤 많이 배치되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서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하나는 '데이비드의 꿈'을 다룬 에피소드였고, 또 다른 하나는 최강의 마지막 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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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 반복되는 꿈속의 꿈을 다룬 '데이비드의 꿈'편이 유난스럽게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에피소드가 거의 극강의 패러디정신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숱한 패러디물의 희생양으로 등장하는 '스타워즈'및 유명 영화의 장면을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꿈에서 깨어 또 다시 꿈을 꾸고 그 꿈을 깨고 나면 또 꿈을 꾸는 데이비드의 5,6중 겹꿈이 앞뒤로 맞물리면서 뒷꿈이 앞꿈을 패러디하는 복잡하고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였다. (--;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자 그렇다면 과연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이 시리즈의 마지막회는 대체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날도 변함없이 블루문 탐정 사무실에 앉아서 끊임없이 싸움을 해대는 데이비드와 매디. 그런데 갑자기 작업복을 입은 일군의 사람들이 사무실에 쳐들어와 소파 및 가구, 집기들을 들고 나가기 시작하는 것. 놀란 데이비드와 매디는 대체 당신들이 누구길래 이걸 다 가져가느냐고 따지지만... 그들이 남긴 한 마디는 정말 걸작이었다.

 

'자, 나가세요. 이 드라마는 끝났어요. 당신들이 너무 싸워서 여기서 쫑을 내기로 상부에서 결정했답니다.'

 

결국 사무실 벽채는 물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빌딩들까지 들고 나가는 인부들. 그러니까 그 긴 시리즈동안 보여졌던 유리창 밖의 풍경은 결국 그림이었다는 것까지 사정없이 까발리고 나자, 이제 배우들은 연출자를 찾아가 읍소하기에 이르는데...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연출자의 얼굴은 나오지 않고 배우들은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목소리만 들리는 연출자 앞에서 통사정을 하게 된다. 다시는 싸우지 않을테니 드라마를 계속하자고. 그러나 연출자는 냉정하게 두 사람의 부탁을 거절해버린다. 한술 더 떠 사무실 비서였던 아그네스와 시리즈 중반에 합류한 얼뜨기 하인츠는 자기들 커플이 드라마를 계속 할테니 새로운 <블루문특급2>을 만들어달라고 졸라대기까지 하고...

 

결국 모든 이들의 희망은 다 산산히 무산되고 드라마는 그걸로 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드라마인지 오리무중을 만들어버린 연출자의 각오(!)도 대단할 뿐더러 그런 대본을 받아들이고 연기를 한 배우들의 진심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궁금할 뿐이다.

 

그렇게 <블루문 특급>은 TV 드라마가 어디까지 막나갈수 있는지 한계를 보여준 작품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으며, 아마 드라마 사전 전작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 주범은 아니었을지 한번 의심해본다. (^^)

 

 

 


 


 



< 출처 : 뮤크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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