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29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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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모든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랬듯 에피소드 3편 역시 한국에서는 그저 그런 흥행 성적을 내면서 막을 내리고 있군요. 한국에서 SF영화가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한 사례도 별로 없거니와 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3처럼 앞뒤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지 않고서는 그저 눈구경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영화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란 꽤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국 상영이 끝나고 있는 이 즈음 일본에서는 여름 시즌을 앞두고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는 마케팅과 15시간에 이르는 전편 릴레이 상영으로 붐을 일으켜 보려는 모양입니다. 이럴때보면 일본 사람의 성향은 참으로 기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자란 제가 일본인의 성향을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가끔 미국인들이 미친듯이 열광하는 무언가에 일본인들도 덩달아 열광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걸 보면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좀 다르긴 다른 모양입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습니다만 에피소드 3편의 일본 대흥행은 뭐 거의 기정 사실인 것 같습니다.
 
2.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에 숨겨져 있는 흥미거리라든지, 이 프리퀄 3편과 나머지 3부작을 잇는 연결 고리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에 또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결말을 먼저 내려놓고 그 중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야 스토리가 샛길로 갈 염려가 없으니 어쩌면 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가 무려 30년에 걸쳐 작성되었다면 토막난 징검다리를 메우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정해진 길로 갈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보다 설득력있게 제시하면서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고 무리하기 보다는 '상상할수 있는' 딱 그만큼만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절체절명의 과제였겠지요. 그런 이유로 다소 산만하게 날뛰는 감이 없지 않았던 에피소드 1과 에피소드 2의 분위기가 에피소드 3에서는 어느 정도 제 갈 길을 가는듯 정제되어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소위 '악의 화신'인 다스베이더로 변해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하면 6편의 이야기를 몽땅 그저 그런 것으로 만들어 버릴수도 있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얼마든지 산재해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