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7일 토요일

american pie ... <넥스트 베스트 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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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뭐라고 하는 게 적절할까요? 아마도 그냥 '차선'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가장 좋은것 다음으로 좋은 것이라는 해석이 맞다면 말이죠. 이 영화는 우리 나라에 꽤 오랫동안 소개되지 않다가 비디오로 슬그머니 나왔는데 그것을 다시 케이블에서 보게되었습니다.

루퍼트 에베렛은 꽤 알려진 '게이' 배우고, 스트레이트보다 게이를 선호하는 듯 보이는 마돈나의 취향에도 썩 잘 어울리는 남자죠. 마돈나가 노래하고 둘이서 같이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 '아메리칸 파이' 뮤직 비디오가 기억나는군요. 게이 남자와 애딸린 스트레이트 여자의 동거 스토리라면 좀 얄팍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여하튼 이런 저런 이유로 가벼운 코미디를 연상하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게 쉽게 흘러가는 영화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집중하고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동거하는데 마돈나한테 새로운 남자 애인이 생기고, 그래서 그 남자를 따라 떠나려다 보니 6살박이 아들을 누가 양육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겨서 어이없게 양육권 소송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더군요. 그것참. 멀쩡한 부부가 이혼하면서 양육권 소송을 한다면 이건 별로 영화거리가 안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남자가 스스로 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그 아이의 생부로 믿고 있고, 또 아이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서 아이를 양보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합니다. 종래에는 자기가 생부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는데도 아이의 손을 놓지 못하죠. 여자의 변호사는 이 남자가 게이란 이유로 공격을 하고, 결국 소송에 실패하는데도 말이죠. 그렇다고 인권에 대한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감독은 존 슐레진저이지만 이 늙은 감독이 한때는 사회성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럴 여력도 없을 거구요. 그럼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이 영화는 대체 뭘까요? 말그대로 '차선'을 찾아 떠나는 영화입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그런 방향으로 말이죠. 애엄마 마돈나는 새로 사귄 애인하고 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빠 노릇을 해왔고, 또 아이도 진짜 아빠처럼 생각하는 루퍼트 에베렛에게 '심정적인' 양육권을 줍니다. 그게 자기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나봅니다. 루퍼트 에베렛 역시 남자 애인이 있습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차선책'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길인가 보더군요. 좋은 결말이지만 그래도 좀 찜찜합니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로 출발해서 아닌것처럼 나아가다가, 로맨틱 코미디로 결말을 낸 셈입니다. 뭐 어차피 공격적인 성향의 영화를 기대하고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본 것은 없습니다만 흡족한 미소를 흘리기엔 무언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배우들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마돈나는 아이 엄마가 된 상태였고, 루퍼트 에베렛은 원래 게이이니 굳이 자신의 처지를 대입한다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졌던 것은 당연한 결과겠죠. 마지막으로 이런 의문이 생기더군요. 두 사람의 아이가 아들이 아니고 딸이었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 출처 : 뮤크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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