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1일 목요일

愛なんていらねえよ、夏 -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가 끝난 순간 무엇을 써야할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엔딩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해서 불만을 가져야할 이유도 없고, 그런 엔딩을 만들기 위해서 스토리 내내 끌고 온 어떤 것에 대해 나무랄 필요도 없었다. 그저 사랑따윈 필요하지 않았던 뜨거운 한 철 여름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라는 것.
 
아직은 사랑이 필요한 가을이라든지 겨울이 왔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어려운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불확실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믿음이나 신뢰가 완성되는 그 시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믿음이란 것은 순간 순간 흔들려버리고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순간 자신이 바로 '인간' 그 자체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그렇게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얄팍하고 실낱같은 믿음에 흔들리며 상처받으며 살아왔던 두 사람이 서로의 모습을 끌어 당긴다.
 
'속으면서도 믿는 것. 그런데 속이지 않는 것'
 
여러모로 <사랑따윈..>은 같은 시기에 바다 건너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네멋대로 해라>를 떠올리게 한다.
 

life - 이케다 아야코


<트릭>을 통해 '믿음'이란 것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던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도전을 해냈다. 나쁜 남자와 맹인 소녀의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도식이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그의 인간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다. 러브 스토리 또는 멜로 드라마로서의 이 작품에 대한 점수는 그리 높을 수 없겠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단지 흥미 이상의 것이라면,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척박한 삶 안에서 눈물로든 웃음으로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드라마는 제 몫을 해낸 것이고 작가는 충분히 '작가'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개의 호스트바를 경영하며 돈많은 여자들로부터 부유함을 뜯어내는 나쁜 남자, 시라토리 레이지. 이름 그대로 살기위해 물밑에서 발버둥치는 자신의 두 발을 보여주지 않는 우아한 백조(시라토리) 처럼 여자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뒤돌아 선 자리에서 '사랑따윈.. 필요없다'고 힘겹게 내뱉는 그의 모습을 연기한 와타베 아츠로의 연기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단 한방으로 '와타베 월드'에 입성할 수 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

 

아코짱을 연기한 히로스에 료코. 얼마전에 이은주가 <안녕 유에프오>라는 영화에서 맹인 연기를 했다가 이러저러 안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더라만 그건 이은주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거다. 마찬가지로 히로스에 료코의 연기도 단순한 아이돌 스타의 그것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이 혼자의 재능만은 아니었을 터,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그녀가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단 이틀만에 초고속으로 끝낸 드라마 감상이지만 여운은 이틀에 머물지 않을 듯하다. '왜 그렇게 빠져들었냐?'고 묻는다면 그냥 다른 말 대신 '보면 안다'라고 말하고 싶다. 뭐, 드라마나 영화나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다 보고 나서도 '별로'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저 일본 드라마를 본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것에 행복하다.

 

-----------------------------

잡설 시리즈 계속.

 

1. 나쁜 남자들은 머리를 짧게 밀어야 하나?

 

<네멋대로 해라>의 고복수도 머리가 짧았다. <나쁜남자>의 조재현(극중 배역 이름을 몰라.)도 삭발. 시라토리 레이지도 삭발. 이유는 다 다르지만 긴머리의 나쁜 남자는 이미지 상 좀 덜 나빠보이는 건지도.

 

2. <네멋대로 해라>와의 공통점.

 

    - 방영시기 2002년 여름. 월드컵 직후

    - 주인공 직업은 나쁜놈 만땅. '소매치기'이거나 사기꾼 '호스트'거나.

    - 시청률 바닥권. 양쪽다 방송사 측의 눈엣가시 드라마.

    - 매니아층 형성. 드라마 로케이션 장소 투어가 횡행.

    - 만드는 스탭들이나 매니아들만 숨어서 행복해했던 드라마라는 뒷소문.

    - 연말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못받고 감독상, 각본상만 수상했다는...

    - 두 드라마 모두 일본에선 찬밥. 한국에선 열광. (본사람들만..)

    - 찍는 도중 감독 삭발. (주인공에 너무 동화된 나머지??)

    - 남자 주인공은 연기파, 여자 주인공은 아이돌 출신. (이나영에 대해..료코에 대해 할말있을까?)

 

3. 와타베 아츠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역시도 그랬지만 선입견이란 것은 대단히 무시못할 영향력이 있어서 이 작품을 보기전 스틸 컷을 몇장 보았을땐 저렇게 후지고 팍 삭은 얼굴의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에 대해 의심을 안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팍 쉬어버린 목소리, 휘청거리는 걸음거리, 좁디 좁은 어깨, 바싹 마른 몸에 길다란 다리.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명품족.

와타베 아츠로의 연기는

살아있는 시라토리 레이지

그 자체였다고 할까.

 

4. 히로스에 료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

 

'오빠.. 나 죽여줘...'

 

가짜 오빠 레이지는 이 장면에서 저 눈이 안보이는 맹인 소녀를 급행 전철에 밀어 떨어뜨려 죽이고 유산을 가로채려고 했었다. 어여쁜 소녀의 눈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흔든다. 쩝...

 

 

 

 

 

 

댓글 2개:

  1. 잘 보고 갑니다 Aaron행님ㅎㅎ

    답글삭제
  2. @불량아빠 - 2009/09/02 19:28
    블로그 이사는 잘 된거? 방명록이 없더라?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