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31일 수요일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사랑이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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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음모나 배신 같은 대단한 것들이 없는 소시민들의 삶에서 '사랑'이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 하루 일과에 지친 7명의 남녀가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작은 덮밥집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의 소소한 일상에 위기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사건이 시작된다.

 

사 사 사

랑 랑 랑

이 이 이

하 하 하

고 고 고

싶 싶 싶

어 어 어

 

3중, 4중으로 얽힌 애증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가 넘쳐나는 마당에 무려 7명의 남녀가 등장한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거나 멀리할 필요는 없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저 길을 지나다가 잠깐 어깨를 부딪혔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한번 눈이 마주쳤을지도 모르는 보통사람들일뿐이다. 기억에 남거나 할 이유도 없는 그런. 우연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덮밥을 먹었을뿐 서로를 전혀 머릿속에 담아둘 이유가 전혀 없는 그런 사람들이 마치 동시에 번갯불에라도 맞은듯 사랑이란 감정의 화살을 서로에게 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단 한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외로움'이라는 세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바로 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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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32세의 여고 교사 아카이 료스케는 약혼한 여자 친구를 위해 생일 선물을 마련하지만 약속을 펑크낸 여자 친구는 어디론가 잠적한 후에 도저히 연락이 되질 않는다. 그녀를 위해 마련한 빨간 구두를 멍하니 들고 덮밥집에 들른 아카이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옆에 있던 어떤 여자에게 구두를 선물하고 훌쩍 가버리는데.

오프닝에서 빨간 넥타이를 두르고 등장한 아카이 료스케. 그리고 선물로 마련한 빨간 구두.  유감스럽게 전혀 정열적이지 못한 남자 아카이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한데다가 마냥 착한 사람이어서 도망친 여자 친구 앞에서 그저 낙담할뿐이다. 이런 남자 첫눈에 좋아할 여자 있겠냐는 생각이 들만큼 보잘것없지만, 그에게도 숨은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여자가 있었다. (아카이 =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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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24세의 호텔 객실부 직원 나가시마 미칸은 생일날 축복해주는 남자 친구 하나 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다가 덮밥집에 들른다. 열심히 덮밥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있던 웬 더벅머리 남자가 가방 하나를 던져주고 가버린다. 그 가방안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메세지와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빨간 구두가 들어있는데.

주황색 롱치마를 펄럭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그녀 미칸. 사람 이름이 미칸이라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미칸은 우리나라 말로 귤 아닌가?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남자 친구와의 찐한 연애는 그저 남의 일뿐이라고 낙담하던 그녀의 눈을 뜨게 해준 남자가 있었으니 이제부터 그녀는 사랑을 향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돌진한다. 스토커 짓도 불사하면서..

아뿔싸, 그런데 그 남자 옆에 다른 여자가 있다. 잘익은 귤처럼 통통하고 속깊은 미칸의 사랑쟁취기가 시작된다. (미칸 = 귤 = 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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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go

26세의 에스테 싸롱 직원 하다 아이는 애인 시무라의 바람기에 하루도 속편할 날이 없다. 그래도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다른 바램은 없다. 아이는 시무라를 사랑한다. 덮밥집에서 둘이 짜고 애인끼리 갑자기 싸울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를 시험해보는 엄한 짓을 해볼 정도로 두 사람은 묘한 관계. 하지만 시무라는 결국 아이에게 헤어질 것을 강요하고, 홧김에 술을 마신 아이는 우연히 아카이를 만나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같이 들어가는 되는데.

파란 원피스, 파란 우산의 아이. 이름처럼(藍) 쿨한 삶을 살려고 하지만 좀처럼 사랑(이 발음도 일어로는 아이)때문에 그게 잘 안되는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이 = 남색)

 

 

 

 

 

 

 

Green

46세의 덮밥집 주인 미도리카와 분페이는 그날따라 유난히 이상한 손님들때문에 정신이 없다. 어떤 남녀는 싸우는 연극을 하다가 휙 나가버리기도 하고, 늘 찾아오는 저 고등학생도 무척이나 눈에 거슬린다. 어쩐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늘 덮밥 보통을 시키는 귀여운 단발머리 처자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그녀에게 선물 가방을 맡기고 가버린다. 덩달아 그녀도 가버린다. 혹시 그 남자를 따라간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잔디밭에 누워 잠이나 청할까 했더니 어떤 아줌마가 풀어둔 개때문에 낮잠을 망치는 미도리카와. 마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과 이성에 대한 사랑에 가슴 부푸는 이 아저씨에게 초록색은 참 잘 어울리는 색깔이 아닌가 싶다. (미도리 = 초록)  

 

 

Violet

30세의 잘나가는 소설가 겸 TV프로 진행자 시무라 이치로. 재력있고 능력있고 미남인 탓에 여자가 끊이질 않는다. 자주 만나는 아이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자중 하나일뿐. 아이가 아무리 시무라를 사랑한다고 해도, 사랑밖에 모르는 그런 여자는 답답해서 싫다. 결국 아이를 걷어차는데 성공했지만 그녀가 딴남자를 사귄다고 하니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조금씩, 조금씩.

보라색 시트로 무장한 오픈카를 타고 지나가는 시무라. 비밀을 간직한, 그래서 우울해지는 그 남자는 때론 강렬하게, 때론 기묘하게 다가오는 보라색의 남자다. (紫村 = 시무라 = 보라색)

 

 

Blue  

18세의 고등학생 아오시마 와타루. 당췌 대학을 왜 가야하는지, 잘하는게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 앞길은 구만리 같은데 할 줄 아는거라고는 그저 남들이 외우지 않는 특이한 단어나 외우고 다니는 것. 그래도 마네의 그림은 너무 좋아한다. 전화 미팅방에서 만난 24세의 스튜어디스도 마네의 그림을 좋아한다는데 어쩐지 끌린다. 서른살 먹은 디자이너라고 속이고 한번 실제로 만나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영 양복도 안어울리고 머리 모양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고 덮밥집에서 잠깐 본 그 아줌마만 왔다갔다 한다. (아오이 = 파랑)

 

 

Yellow

42세의 전업주부 코다 오리에. 남편은 바람이라도 피우는지 늘 늦게 들어오고, 자식들은 머리 굵었다고 엄마는 상대도 하지 않는다. 속상한 나날중에 우연히 알게된 전화 미팅방 서비스에 들어갔다가 24세의 스튜어디스라고 거짓 음성을 남겼더니 서른살의 디자이너가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생각보다 너무 어려 보여서 도저히 자신이 없다. 할 수 없이 스튜어디스의 언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黃田 = 코다 = 황색)

 




< 출처 : 뮤크박스 >



일곱 색깔의 갑남을녀는 카펜터즈의 'Rainbow Connection'을 따라 이렇게 저렇게 얽히며 사랑에 대해,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마치 무지개가 이어준 인연처럼. 늘 곁에 스쳐가는 사람이 자신의 진정한 인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인연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지금 움직이는 손가락 하나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그저 살아가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가치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일견 매우 평범한 교훈이 이 드라마속에 충실하게 담겨져 있다.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멜로드라마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 그러고보면 일본 사람들은 정말 세밀한 디테일에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행복을 보고도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준 드라마였다. 간만에 와타베 아츠로의 착한 사람 연기와 사람좋은 웃음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도 감사.

 

 

<낑아님의 홈페이지에서 캐스트 전체 사진을,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서 배우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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