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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19일 월요일

천년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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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왕>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ㅠ.ㅠ) 세상에 괜찮은 이미지 한 장 건지기가 이렇게 힘들줄은......
 
<은하철도 999>로 슬리퍼 히트를 친 MBC가 한 번 더 가보자는 속셈으로 <... 999>에 이어서 방송을 편성하긴 했으나, 여러가지 정황상 고정 편성을 할 수 없어 중도에 하차하게 된 사연 많은 애니였죠. 중간에 막을 내리긴 했으나 수입해 놓은 게 아깝기도 하고 처치 곤란 했던지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이면 언제나 '명작만화' 내지는 '특선만화'라는 미명하에 결국은 끝까지 다 방송이 되긴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목'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끝났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된거죠. 사실 마지막회까지 방송이 되기는 한건지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저역시도 대부분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건 끝까지 하긴 다했다는 겁니다. 노는날마다 편성된다는 걸 알아버린 영악한 어린애, 명절이나 연휴때마다 신문 펴놓고 편성표 확인한뒤 시간 지켜가며 꼬박꼬박 다 봤기 때문입니다. (^^ 극성스럽기도 하지.)
 
한참 1999년 지구 멸망설이 횡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무사히 2000년대를 맞이하고 4년이나 지나버렸습니다만, 7,80년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더불어, 천재지변에 의한 지구 멸망의 공포감이 꽤나 강했었죠. (그래도 그 시대는 인간들의 죄책감이 조금은 살아 있었나 봅니다. 지금의 미국을 보면 아예 그런것도 다 없어진 것 같고......)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 역시 그런 시대적인 유행을 피해갈 생각이 없었는지 이 이야기에서 정해진 지구 멸망의 날은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였고, 회가 거듭될수록 다가오는 날짜에 동분서주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메탈'이라는 이름의 행성도 아니고, 항성도 아니고, 혜성도 아닌 요상한 천체가 지구로 충돌하겠다고 날아오는데 그 도착 시간이 바로 저 시간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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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머리에 뾰족턱. 메텔과 똑같이 생긴 천년여왕.
 
 
한때 TV에서 해주는 만화영화 주제가를 열심히 녹음해서 테이프로 보관하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때 녹음한 테이프를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만 언제 수명이 다할지 몰라서 전혀 틀어보지 않고 있을뿐만 아니라, 집에 카세트 레코더가 없어서 틀어볼 방법도 사실 없는 상태입니다. 언젠가는 꼭 영구 보관 가능한 씨디로 굽겠다는 소망을 가진지 어언 10여년, 아직도 요원한 상태입니다. 이 글을 보고 제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은 연락 부탁합니다.
 
그건 그렇고, 84년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천년여왕>은 어김없이 특선 만화로 방송을 탔습니다. 주제가 녹음 작업에 강한 집착을 보이던 국민학교 5학년 어린이 아론은 그날도 녹음을 하기 위해 거대한 녹음기를 준비해놓고 티비 앞에서 대기하려 했으나... 아뿔싸! 그날은 하루종일 야외에서 숙제를 해야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숙제였는가하면 혹시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옥상에다가 도화지 한장을 놓고, 그 위에 막대기를 세운뒤 한 시간마다 막대기의 그림자 모양을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양의 높이에 따라서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는 걸 측정하라는 뭐 그런식의 숙제였는데, 불행하게도 이게 조별 숙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있지 못하고, 제 짝꿍네 집에 가서 하루종일 그 숙제를 해야했던 것이죠. 녹음은 해야 되는데 그때를 놓치면 또 언제 방송 날짜가 잡힐지 가늠할 수 없고, 그렇다고 숙제를 안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장할 노릇이었죠. 그래서 저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던 3학년 여동생에게 녹음기를 맡기고, 녹음법을 수없이 가르치고 또 가르쳐 '꼭 녹음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신신당부해놓고 친구 집으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녹음에 성공했을까요? 
 
'내가 그런것도 못할줄 알아?'
 
하하하, 그때 당당하게 외치던 동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군요. 제 동생이 정말 고맙게도 첫 녹음 작업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 가슴 졸이며 얻은 주제가가 아직도 제게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첨부한 파일은 그 때 녹음한 파일은 아닙니다. 언젠가 피씨통신 동호회 방에서 다운받아 놓은 것이구요, 제가 녹음한 노래들은 언젠가 따로 공개할 날이 올겁니다.
 
일화를 소개하다가 이야기가 한참 샌 것 같군요.
 
마지막회 궁금하시다구요? 마지막회는 '천년여왕' 야요이의 장렬한 죽음이었습니다. 썬더버드호를 타고 지구에 거의 도달한 라메탈에 날아가 자폭해버렸죠. 그 바람에 라메탈은 궤도를 바꾸고 결국 지구 전체를 구하게 됩니다. 그 처절한 최후를 철이는 눈물 흘리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구요. 뭐 그렇게 지구와 지구인은 잘 살아 났습니다만, 이 이야기가 <은하철도 999>와의 연계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볼때 천년여왕이 몸바쳐 지켜낸 지구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 없게 되어버리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보람도 없이 말입니다.     
 
이 뒷이야기에 대한 말도 참 많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스스로 천년여왕의 속편이라고 이름 붙인 <메텔 레전드>시리즈를 만들어서 '천년여왕'이 '메텔'의 엄마 프로메슘이라고 해버렸습니다만 그게 참 애매모호합니다. 어떤 이는 천년여왕 야요이와 메텔이 동일인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끊임없이 어떤 연결 관계를 추적하고 있지만, 똑떨어지는 정답을 찾기는 힘들 것 같네요.
 
일본 극장판은 기타로가 음악을 담당했었고, 꽤나 유명한 곡인데다가 영어 버전이라서 우리나라 영화음악실에서도 '엔젤퀸'으로 여러번 소개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제가는 역시 마상원 작사, 곡에 김국환 노래 입니다. 멜로디는 오리지널입니다만 가사는 일본판에서 따온거더군요. 역시 표절대마왕답습니다. (^^)
 
그럼 오랜만에 즐겨주세요. <천년여왕>입니다.
 






2004년 7월 11일 일요일

은하철도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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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안녕, 은하철도 999>의 포스터
 

드디어 등장한 대망의 포스트. 지금까지 추억의 애니음악방을 연재하면서 건드려온 것들은 <세일러문>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다루기가 쉬운 편에 속했던 것들임을 고백합니다.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슨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할지 감이 안잡히는 어려운 것들은 그저 뒤로 미뤄놓고 '언젠가는, 언젠가는...'하면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드디어 겁없이 <은하철도999>부터 먼저 건드려봅니다. 노파심에 한가지를 더 먼저 자백하는 심정으로 말하자면 저야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작품당 파고드는 매니아는 절대 아니고, 특히나 이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포스트는 정확한 자료보다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혹여 오류가 포함되어 있으면 지적해주시고,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 _ _ )

 

<..999>가 국내에서 첫 전파를 탄것이 1982년이었던가요? 그당시 저는 안타깝게도 이 애니메이션을 방송해주던 MBC가 나오지 않는 시골에 살고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매달 돈을 지불하는 유선방송을 달지 않으면 MBC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보여주는 MBC도 아마 녹화방송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방송시에는 제대로 이걸 볼 수가 없었지요. 아하, 그런데 이럴수가. 저희 집에 붙어 있는 옆집에서 이 유선방송을 보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그 집에 놀러가서 봤냐구요? 아니죠! 정말 이상하게도 옆집에서 유선을 보는데 우리집 TV에 전파가 흘러들어오더란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MBC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광분한 저는 어머니의 갖은 구박에도 불구하고 지직거리는 그 화면을 자주 틀어놓고 앉아있었습니다. 물론 옆집에서 채널을 바꾸면 볼 수가 없었습니다. (--) 그렇게해서 타는 목마름을 조금 해결하고, 가끔 놀러가던 친구집에 일부러 일요일 아침 8시에 찾아가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띄엄띄엄 이것을 보곤 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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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판의 철이, 메텔, 차장
 

다른 포스트에서 말했듯,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비관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색채를 띄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면서 게다가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성인물에 가까운 장면까지 등장했건만 방송에서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채, 만화영화라는 이유로 다 넘어갔던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애니메이션은 전체적으로 반자본 계급투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겠습니까? 외피를 기계인간과의 싸움으로 두르고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엄연히 철이의 엄마를 죽인 기계인간은 기계 백작으로 불리는 상류계급이고 - 심지어 그 엄마의 시체를 벽에 박제해놓고 즐기는 - 철이를 비롯한 인간은 기차표 한 장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하층민이었는데요. 이 이야기가 <하록선장>, <천년여왕>등과 연계되는 마츠모토 레이지 유니버스의 이야기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다시 한 번 그 암울하던 80년대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공중파를 탔다는게 신기해지는거죠.

 

뭐 저는 하록선장이나 천년여왕과 메텔, 철이의 연관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이미 많은 매니아들이 연표를 만들어 분석해놓았고, 마츠모토 레이지 자신도 어느 정도는 정리를 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포스트는 작품 분석을 목표로 한게 아니니까 그건 넘어가려고 합니다.

 

앞뒤 관계를 알건 모르건, 자본주의와 계급투쟁에 대해 알건 모르건,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참 암담하고 슬펐습니다. 매회 정차하는 행성마다 누군가 죽거나 버려집니다. 별을 탈출하고 싶어했던 어느 행성의 음악가 청년이든, 영원불멸의 기계 몸을 가지고 싶어했던 어느 처자든, 형체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정형화된 인간의 몸을 부러워했던 아메바 가족이든 모두 소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소망을 이룰 돈이 없었기 때문에 좌절해야 하는 갖가지 군상들이 무려 100회 이상 등장했던 겁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였죠. 장소만 은하계의 온갖 행성들로 벌려 놨을뿐, 지구상에 사는 못난 인간들의 온갖 애환이란 애환은 거의 다 그려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행을 해야했던 철이는 결국 거의 철학자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질리도록 그런 것들을 봤으면 그것이 싫어서라도 기계 몸을 택했을 법한 철이는 거꾸로 그러한 인생의 고통과 환희, 감정의 동요와 진폭이 없는 기계 몸에 환멸을 느껴버립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법이 어떤 것인지 죽는 날까지 누가 알까요? 다만 인간으로 태어나 존재하다 간다는 것, 그 자체로도 태어난 의미는 충분하다 생각했던게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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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의 메텔, 철이
 
일본에서는 TV판 사이에 두 개의 극장판이 개봉되었습니다. 앞에 것은 아직 방송되지도 않은 TV판의 결말을 미리 다루어 주는 다소 충격적인 짓을 했던 <극장판 은하철도 999>이고, 뒤에 것은 TV판 또는 극장판 1편으로부터 약 3년이 흐른 뒤를 다룬 <극장판 안녕, 은하철도 999>입니다. 이거 아직 못보신 분을 위해서 설명드리자면 위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철이의 모습이 다릅니다. TV판이 10세 전후의 어린 아이 모습이라면 두번째 극장판에서는 약 13-4세의 소년 모습이죠. <안녕, 은하철도 999>에서는 철이와 메텔의 두번째 여행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종착역은 마찬가지로 안드로메다죠. 그리고 여기에서 하록선장이 등장하고, 철이의 아버지로 밝혀지는 흑기사 파우스트와 메텔의 어머니 악녀 프로메슘이 나옵니다. 혹시 이 내용이 카세트 테입 3개에 담겨 우리나라에 출시되었던 것 아시나요? 지금도 저희 시골 본가 어디에 쳐박혀 있습니다. (^^) 단지 은하철도999 드라마 테입이라는 이유로 구입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뒤에 알고 보니 이 극장판 내용을 무단으로 드라마화 한거더군요. 이 극장판 두 편은 몇년전에 투니버스를 통해 여러 차례 방송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친구에게 사죄할 일이 있습니다. 극장판 두개의 일어판 비디오 테입이 제게 있는데 제가 친구로부터 빌린 테입입니다. 그런데 이걸 빌리고 나서 그 친구와 연락이 두절되어 결국 제가 꿀꺽 삼킨 꼴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에게 굉장히 미안합니다. ( __ )
 
지금 듣고 계시는 곡은 오프닝곡은 아니고 중간, 또는 엔딩에 삽입되었던 '눈물실은 은하철도'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오프닝곡은 일본곡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곡입니다만 이 곡은 오리지널 한국 곡입니다. 표절 대마왕으로 유명한 '마상원'씨 작사, 곡으로 되어있군요. 여튼 이 노래 좋습니다. 언제 들어도 눈물이 찔끔 날만큼. 보너스로 오프닝 주제가도 첨부해놓습니다. 들어주세요. (^^)
 
 

눈물실은 은하철도- 김국환




은하철도 999 - 김국환




2004년 7월 10일 토요일

베르사유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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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칼과 앙드레...
 
<베르사유의 장미>의 제작년도가 1979년임을 감안할때 이 작품은 분명 30대들이 추억하는 애니메이션 중 한자리를 차지해야 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한국에서는 14년이 지난 1993년에서야 겨우 처음으로 방송을 탔네요. 70년대에 프랑스 시민 '혁명'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 애니메이션을 실제로 봤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20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 역시도 93년에 봤죠. 아마 그때 이 방송을 보면서 찐 옥수수를 뜯어먹다가 '영장나왔다'는 전화를 받은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중간까지 보다 말고 눈물을 머금은채 입대하게 됐죠. 뒷이야기는 그 당시 열심히 방위 복무중이던 선배형의 편지를 통해 간간히 듣게 되었습니다. 제대한 후에서야 재방송을 통해 그 처절하고 아름답던 마지막회의 엔딩까지 다 보게 되었죠.(-_-;;)
 
일본인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프랑스 역사라는 애매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이케다 리요코의 치밀하고 방대했던 원작 덕분인지 오히려 프랑스 현지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베르사유의 장미>는 데자키 오사무라는 걸출한 애니메이터를 만나 진정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보물섬>, <집없는 천사 레미>등 <베르사유의 장미>보다 먼저 국내에 방송된 데자키 오사무의 애니메이션들이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듯, 데자키 오사무는 하모니 기법 - 장면이 순간 멈추면서 흑백으로 전환되는 바로 그 기법이죠. - 등을 이용한 특유의 영상미와 연출로 이 작품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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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아름다운 오스칼..
 
70년대 순정만화 특유의 전형적인 그림체 때문에 순정만화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쉽게 외면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방대하고 치밀한 스토리를 제대로 들여다 본다면 그러한 선입견이 얼마나 하찮은 편견에 불과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자로 태어나 평생을 남자로 살다가 혁명의 와중에 산화한 것으로 그려지는 주인공 오스칼은 물론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마리 앙뜨와네트, 페르젠 백작, 루이 16세등 실존했던 역사속의 인물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얽혀드는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오스칼마저도 실존했던 인물처럼 느껴지게 되죠.
 
오스칼하면 그 목소리를 연기하셨던 故 정경애님이 떠오릅니다. 우리에게는 물론 <빨강머리 앤>의 앤 역할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베르사유의 장미>에서의 오스칼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죠. 앙드레 역할은 백순철님이셨고, <세일러문>의 최덕희님이 정말 초짜 성우이던 시절에 이 작품에 잔느 역할로 참여하셨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괌에서의 KAL기 추락사고로 정경애님과 함께 세상을 뜨신 성우 장세준님이 비디오로 먼저 출시 되었던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앙드레 역할을 하셨었습니다. 만일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티비판에서 두분이 함께 앙드레와 오스칼 연기를 하셨었다면 저는 정말 마음이 아파서 이 애니메이션을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것 같군요.

 

 

주제가가 트롯같다고 뭐라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이 노래는 일본 원곡과 거의 같은 가사, 유사한 멜로디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이 애니메이션에 무한 애정을 가진 사람은....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 참고로 비디오판 주제가는 또 다릅니다.
 




2004년 5월 12일 수요일

달의 요정 세일러문 (3)

 

수동재생. 세일러 스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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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지면에 세일러문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다 하는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2년간의 공백이란...... 동영상, 그림 파일, 음성 파일까지 모두 링크하려면 새로 홈페이지를 하나 개설해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저 자신도 아쉽습니다. 일단은 3번째 포스트에서 세일러문 S의 악당들과 2년간 한국어 더빙으로 열연을 해주셨던 성우분들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올라갈 4번째 포스트에서 이 시리즈의 전체적 의의와 특징에 해 몇가지 정리를 하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아, 세일러스타송은 이 시리즈의 매니아가 아니신 분들께는 낯선 곡이 되겠군요.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가가 한 곡 이었습니다만 일본에선 마지막 시리즈인 <세일러문 세일러스타즈>만큼은 이 곡이 오프닝곡이었죠. 그 유명한 '달빛의 전설'은 200화의 최종 엔딩곡으로 대미를 장식했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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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에 대한 추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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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길어졌죠? ST의 오프닝 타이틀 마지막 장면. (^O^)

 

세일러문 시리즈는 1기부터 5기까지 이어지는 동안 굉장히 이야기가 부풀려진 케이스입니다. 사실 원작자의 의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어떻게 뒤집어 봐도 처음부터 그 방대한 설정을 모두 다 짜놓고 시작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달에는 달빛 왕국이 있었고 지구에는 지구를 지키는 왕자가 있었으니 그들은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으리라'는 발상이 첫 시작이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다가 행성별로 수호신을 붙이다보면 9개의 태양계 행성에 달을 포함하여 10명이 되고 , '여왕에게 딸이 있었으니..' 하면서 꼬마세라가 붙고, 대가족 체계가 되었겠죠. 그런속에서 아군만 있으면 이야기가 안되니까, 적국을 설정하는것 까진 좋았는데 시리즈는 계속되고 적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었으니 결국 최종 시리즈에 와서는 통크게도 세일러 갤럭시아가 등장하는데까지 이르게 된 거죠. 세일러 갤럭시아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태양계 안에서 치고 받던 이야기가 결국 은하계까지 팽창된거죠. 그래서 스타라이츠라와 그들의 공주님이라는 저 먼 '외계'에서 온 아군 캐릭터까지 등장하게 되고 맙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렇게 많은 적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동안 때로는 너무나 개성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적 캐릭터들이 있었던 반면, 정말 왜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몰개성한 캐릭터들도 많았기 때문이었고, 어쨌든 그 수많은 적 캐릭터들을 감당하느라 어쩔수 없이 더빙에 참여한 대다수의 성우분들이 1인 2역, 3역, 4역까지도 감당했어야 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으니 제 귀에 분명히 누가 이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게 감지되어도 특별한 불평을 할 수 가 없었죠.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

 

다음은 주요 배역을 맡으셨던 성우분들 명단입니다.

 

최덕희  세라/세일러 문

정옥주  유리/세일러 머큐리,데이지  

서혜정  세일러 마스,퀸 세리니티,유진  

최문자  쥬피터(리타),세라 엄마

문일옥  세일러 비너스

김일     턱시도가면-레온, 데니  

이선     루나,플루토,새턴,샤키   

김수경  꼬마세라,앤,세일러 넵튠 

유남희  세일러 우라누스,페가수스  

구자형  네프라이트,쿤차이트    
김민석  앤디,제다이트,조이사이트     
박은숙  루나(초반부)    
박홍식  아르테미스,세라아빠     
성병숙  녹색의 에스메랄다    
손선근  청색의 사필    
송덕희  베르체     
이경자  퀸 베릴 

 

아주 간략한 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1인당 4명까지 표시된 이선님 같은 분도 계시네요. 이 분들의 배역 분담이 어떻게 되었었는지 세일러문S의 예를 들어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최덕희, 정옥주, 서혜정, 최문자, 문일옥님은 당연히 우리편 내행성 5명입니다. 그중에서 최덕희님은 주인공이니까 주인공만 연기하기에도 바쁘죠. 다른 역은 못하셨습니다. 구자형님이 페르손 박사를 하셨구요, 페르손 박사 밑에 레이디 카산드라가 막강 악녀였죠. 그걸 세일러 쥬피터를 맡은 최문자님이 하셨고, 카산드라가 실종된 이후에 나타난 악녀 유진 역할은 세일러 마스를 맡으신 서혜정님이 하셨죠. 유진이 죽은 뒤에 악역을 이어받은 미누엣은 세일러 머큐리를 하시던 정옥주님이 하셨습니다. 그 외에 그 악당들이 불러내는 요마는 그때 그때 알아서 나눠 맡는 식이었구요.  그러니까 더빙할때는.. 정의의 편이 되었다가, 악당이 되었다가 하는 식이었겠지요. 정말 이때처럼 우리나라 성우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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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손 박사와 레이디 카산드라
 
그 중에서도 페르손 박사 역할을 하신 구자형님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밝은 곳에서 얼굴이 드러날때는 한없이 자애롭고 부드럽지만, 어두운데로 들어가서 저 그림의 모습처럼 얼굴이 가려지면 '이히힛'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페르손 박사의 양면성을 정말 신들린듯 연기하셨었죠. 구자형님은 세일러문 1기때부터 무작정 계속 출연하는 걸로 확실한 인상을 남기신 분입니다. 언젠가 만나뵌 적이 있는데 본인도 '이번 편에서 악당역을 하다가 죽으면 다음 번엔 안시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배역이 들어와서 놀랐다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배역 이름을 보시면 네프라이트와 쿤차이트라고 되어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쿤차이트는 네프라이트가 죽은 직후에 이어서 등장한 배역이거든요. (^^) 구자형님은 92년도에 KBS 성우가 되시고 95년도에 프리랜서가 되신후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세일러문에 출연하시는동안 서서히 인지도를 높이게 되셨습니다. 지금은 <마법소녀 리나>의 제로스,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이누야샤>의 미로쿠, <바람의 검심>의 켄신, <슬램덩크>의 정대만등을 연기하신 베테랑이시죠. 
 
세일러문을 통해 스타급 성우로 발돋움 하신분은 구자형님뿐이 아닙니다. 주인공을 맡으신 최덕희님도 마찬가지죠. 최덕희님은 <란마1/2>의 여자 란마도 하시고 이전부터 많은 배역을 하시긴했지만 사람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긴건 결단코 세일러문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 물론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마법소녀 리나>의 리나 역도 굉장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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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희님 유학가셨습니다. 캐나다로요.. ㅠ.ㅠ
 
세일러 마스 역의 서혜정님은 이미 <x-파일>에서 스컬리 역을 하고 계셨었죠. 그것만으로도 팬은 충분히 많았습니다만 세일러 마스 역할을 비롯해 다종다기한 악녀역을 섭렵하시면서 지적인 스컬리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악독한 연기나 우스꽝스러운 푼수 연기등을 아낌없이 보여주셨습니다.
 
세일러문이 방송되던 시기가 96년부터 97년까지였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국내 통신망에 성우 팬클럽이란 단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와 동시에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데뷔하신 신진 성우들이 본격적인 중견 성우로 발돋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성우 팬클럽 활동이 조금 미미해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때는 한 통신사당 성우동호회를 비롯한 각종 팬클럽이 많은면 20개 이상되곤 했습니다. 세일러문에 출연하신 최덕희, 구자형, 김일, 이선, 서혜정님의 팬클럽들도 그때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었죠. 그래서 성우분들을 뵐 수 있는 기회도 꽤 많았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성우에 관심이 있었던 지망생들과 한정된 소수의 팬들에 관련된 이야기일 뿐이지만요. 
 
세일러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성우분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네요. 마지막 200회를 녹음하시면서 최덕희님, 서혜정님, 문일옥님, 최문자님, 정옥주님 모두 엉엉 우셨다고 하더군요. 2년동안 함께 해온 시리즈를 이제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무척 서운하셨었대요. 그만큼 그분들께도 인상적인 더빙이었던거죠.
 
자 이제 오늘 마지막 선물을 드릴까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파일입니다. 음질이 안좋으니 양해바랍니다. (^^)
 

2004년 5월 10일 월요일

달의 요정 세일러문 (2)


 

수동재생. 일어판 '달빛의 전설' from SailorMoon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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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에 대한 추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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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스타일을 이용한 로고 , 멋지지 않은가?

      

..블랙문을 물리친 세일러 전사들이 이번에는 데스버스터즈라는 적들과 또다시 싸우게 된다. 데스버스터즈는 영혼의 별 3개를 모아서 성배를 만든 다음,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서 싸우는 세일러 우라누스,넵튠이 있었다. 이들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데스버스터즈를 막기 위해 구원의 메시아를 깨워내서,이 세계를 멸망으로부터 구해내려고 했다. 세일러 전사들은 그들과 합류하기를 원하지만, 그들은 합류하기를 거부했다. 공원에서 놀던 치비우사는 어느날 호타루라는 여자아이를 알 게 된다. 그러나 그 아이는 파멸의 전사 세일러새턴이며, 몸 속에서는 미스트리스9이 잠재하고 있었다. 데스버스터즈의 최고 지배자인 파라오90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무한학원에 돌입하고자 하는 세일러 팀. 그러나 다이몬에게 방해를 받고, 세일러문이 적에게 붙잡혀 버린다. 이래서는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가 없다. 한편 우라누스와 넵튠은 플루토의 희생으로, 간신히 침입에 성공, 페르손의 몸에 들러붙은 다이몬, 게르마트이드와 대결, 고전한 결과 승리를 거두게 된다. 그러나 학원에는 호타루의 몸을 빌려 성배를 노리는 미스트리스9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일러문은 미스트리스9속의 잠자는 호타루의 마음을 깨우려 하고, 추억과 함께 호타루의 의식이 부활했다. 각성한 세일러 새턴은 치비우사에게 순수한 영혼의 별을 돌려주고, 치비우사에게 작별을 고하며 환영처럼 사라져 갔다. 그러나 다시 전장터로 돌아온 새턴은 파라오90과 함께 소멸할 생각이었다. 세일러문에게는 2단 변신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싸움 끝에 부상당한 머큐리, 마스, 쥬피터, 비너스, 우라누스, 넵튠의 힘이 세일러문에게 응집되었다. 은수정에 세일러 전사의 힘을 집결한 세일러문은 수퍼세일러문으로 변신. 파라오 90의 내부에 돌입한다. 날개가 돋은 세일러문은 천공으로 올라간다. 대폭발이 주위를 감싼다. 그리고... 호타루는 환생을 하고 싸움은 끝났다... (숨차군요 ^^;)

 

 

<미소녀전사 세일러문S>는 세일러문 연작 시리즈의 세번째 편입니다. (흔히 미국 드라마에서 '시즌3'이라고 하는 그런 것과 같죠. 우리말로는 3기라고 해야하나요? 아직도 이걸 뭐라고 해야하는지 적절한 표현을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드라마고 애니고 이런게 별로 없으니까요.)

앞의 두 시리즈, 즉 1기, 2기가 2년동안 약 100편을 방송하는 동안 이 시리즈는 예상외의 큰 인기를 얻게 되었지만, 그런 반면에 3번이나 계속된 패턴(2기 시리즈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두가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에 다소 식상해진 면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 되던 때였습니다. 그리하여 제작진이 찾아낸 방법은 주인공 소녀들을 시간이 흐른만큼 성장시키고, 새로운 등장인물을 추가 시키되 그들에게 더 큰 비극성을 부여하여, 극 전체의 비장미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 세일러문S>였던 것이지요. 제가 여기에 빠져들게 된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전에 없이 진지하고 비극적인 스토리에 제 마음이 완전히 사로잡혔던 것이죠.

 

사실 모험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벼운 취향의 이야기에 상당량의 개그로 대부분 이끌어지던 이야기를 180도 선회하여 비극적으로 끌고 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존 팬들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는 불유쾌한 가능성을 품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세일러문S>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캐릭터와 최고의 작품성, 그리고 최고의 작화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정점에 다다른 것처럼요. 그리고 정해진 수순처럼 바로 이어진 시리즈 SS에서 S를 뛰어넘지 못하여 비난받고, STARS에서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한채 종영되었습니다.(여기에도 사연이 있지요. 그것은 또 나중에..)

 

<..세일러문S>의 인기의 중심에 있었던 가장 큰 견인차는 바로 캐릭터였습니다. 주인공급인 5명의 내행성 전사들과 턱시도 가면, 2기 시리즈에서 추가된 세일러 플루토와 세일러문의 전생의 딸 꼬마세라까지 이미 8명이나 되는 메인 캐릭터가 있었습니다만 그들이 한없이 가볍고 발랄한 여중생이라는 설정 한계 때문에 주인공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었던게 사실이었죠. 어떤 면에서는 7,80년대의 주인공들이 운명적으로 가져야했던 참을수 없는 존재의 무게감을 탈피했다는 것이 매력으로 비추어졌고, 그리하여 90년대식 주인공의 전형을 앞서 마련했다는 의미는 충분히 있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세일러 우라누스와 세일러 넵튠, 그리고 세일러 새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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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행성 전사 세 명. 세일러 플루토, 세일러 우라누스, 세일러 넵튠.
        이 그림은 어쩐지 귀엽게 그려졌다.
        하지만 내 취향은 성숙미소녀...(쿨럭;;)

 

세일러 우라누스와 세일러 넵튠을 보면 일단 기존 주인공 5명보다 훤칠합니다. 쭉쭉빵빵이죠. 나이도 2살 많은 것으로 설정됩니다. 성숙미가 넘친다고 할까요? 섹시.. 하다고까지 말하기는 뭐하지만 어쨌든 수다스러운 중학생 여자애들의 정신 사나움을 초월하기에 충분합니다. (음하하하하... 뭐지 이 웃음은 -_-;;)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시리즈 중반이 넘어서도록 둘이서만 따로 놉니다. 같이 해결하면 손쉬울 일도 절대 같이 안하는 곤조가 있었죠. 심지어 5명의 기존 내행성 전사들과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하트 크리스탈을 찾아 다니면서도 서로 차지하려고 협박하고 갈취하고 그랬습니다. 게다가 이 두 명은 넘치는 곤조만큼이나 넘치는 러브러브모드를 남발하고 다녔죠. (네네.. 둘다 여자였습니다. 제작진은 끝까지 우정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대외용 멘트 뒤에 감춰진 흑심이란... 그것은 분명 '사랑'이었습니다.) 어쨌든 꽤나 멋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평상시 러브모드도 부족하여,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뒤따라 자살하는 눈물 찔끔 시퀀스까지 연출하게 됩니다. 물론 다시 살아났죠. 원래 그러니까 -_-;;

 

죽었다 되살아나면서 세일러 우라누스와 넵튠의 시리즈 휘젓기는 대충 끝이 납니다. 그리고 바톤은 세일러 새턴에게 넘어가죠. 이쯤이 <..세일러문 S>의 중반쯤이라고 할까요? 여기서 세일러문은 성배(;;)를 얻어 또 다시 새로운 힘을 가지게 되죠. 그리고 세일러 새턴이 등장합니다. 악당의 딸로 태어나, 제물로 바쳐지는, 그러나 그 몸속에는 전사의 피가 흐르고 있는, 복잡미묘하게 뒤얽힌 운명의 주인공 세일러 새턴은 우라누스나 넵튠과는 반대로 꼬마세라 급의 초등학생입니다. 그리고 몸이 약해서 매일 쓰러지지요. 제작진은 아주 절묘하게도 성숙미소녀 다음으로 병약미소녀를 택한것입니다. 자기 한 몸도 제대로 못추스리는 꼬마 여자애에게 한편으로는 정의를 지킬수 있는 힘과, 한편으로는 세상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저주를 한꺼번에 지워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또 비극적인 캐릭터가 됩니다. 결국 이 꼬마는 주인공 세일러문대신 자기가 가진 온 힘을 다바쳐 지구를 구해내려 하지요.

 

그렇다면 주인공만 멋지구리하였느냐? 아하... 인기가 있으려면 악당이 더 멋있어야 한다는건 불문율이지요. 과연 악당 캐릭터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 봅시다. 그러자면 거기에 목소리 연기를 담당했던 성우분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다음에 이어가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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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러문 S에 등장하는 병약미소녀 세일러 새턴 호타루. 페르손 박사의 외동딸이며 파라오90을 불러올 수 있는 저주받은 몸이다.

2004년 5월 9일 일요일

달의 요정 세일러문 (1)

 <- 주제가를 들으시려면 재생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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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제 개인 홈페이지에 작성하던 시리즈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일러문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누가 어떻게 보든 저한테는 너무나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지면이 아닌바에야 어떤 글을 작성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글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끝을 못맺은 상태였죠. 블로그로 옮겨서 이 이야기를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매니아로 보이든 오타쿠로 보이든 로리콘으로 보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여기는 제 블로그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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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에 대한 추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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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 많아. 우리편이 이렇게 많아도 되는거냐

 

아직도 제가 '나는 세일러문 팬이었다'라고 말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좀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그딴 걸 왜 좋아하냐?'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까지 있기도 하죠. 이것참 일종의 커밍 아웃을 하게되는 건가요? 세일러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건 참 힘든일이군요... (--;;)

 

<달의 요정 세일러문>. 물론 원래대로 하면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이죠. 써놓고 보니까 제목이 참 노골적이긴 하군요. 미소녀 + 전사라뇨, 센스가 좀 떨어지는 제목입니다. 어쨌든 어여쁜 미소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에 뛰어들어야 하니 이런 제목도 무리는 아니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성 전사를 탐탁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듯하니 (특히 방송국에 계신분들은 더 하신것 같죠.) 전사를 요정으로 둔갑시켜 놓는것도 우리 실정에 그럭저럭 맞는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미 시리즈가 끝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군요. 물건너와서 참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국내에서도 거진 3/4정도를 방송했었구요. 기억속에서, 역사속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사라진 이 시리즈에 대해 할 말은 참 많습니다. 한 기수당 약 40회정도로 전체 분량이 딱 200회에서 마무리가 지어졌는데요 각 시리즈의 제목을 보면 다음과 같죠.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1992~)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 (Return) (1993~)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 (Super) (1994~)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S (SuperS) (1995~)
미소녀전사 세일러스타즈 (1996~)

 

여기에 중간 중간 극장판이 만들어졌습니다.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R movie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 movie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S movie

 

일본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쪽에서 미형 소녀 취향의 캐릭터를 어느정도 선호하는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여기에서 미형이라면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다리가 몸의 두배쯤 되고 눈 크기가 얼굴의 반을 차지하며 각종 원색의 머리색을 자랑하는 그런 소녀들을 말하는거죠. (써놓고 보니까 상상하면 무섭군요..) 요즘은 그 취향이 워낙 다양해져서 <데지캐럿>처럼 2등신 미소녀도 있고, <느와르>의 주인공들처럼 섹시미소녀도 있긴 합니다만, <..세일러문>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아주 전형적인 형태의 미소녀들이죠. 초창기의 시리즈를 보면 뭐 그다지 미형은 아니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색지정을 보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대작은 커녕, 그럭저럭 늘 만들어지고 있는 평범한 애니들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죠. 셀매수도 적당량 사용되어서 움직임이 굼뜬 장면들도 많았구요. 다만 10년전의 상황에서 획기적인 어떤 점이 있었다면, 그제까지는 소녀들이 남자들 없이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설정의 애니메이션이 전무후무했다는 점입니다. (나가이고 선생의 큐티하니는 예외로 합시다. 이분의 취향은.... 쿨럭..) 이런점에서 사람들의 눈을 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큐티하니F에 대한 포스트를 보시려면 클릭

 

가장 첫번째 시리즈인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을 보면 이후까지 이어지는 이 시리즈 전체의 몇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첫째는 '비밀'입니다. 무엇때문에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지, 누가 쳐들어 오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싸워야 하고, 그 '비밀'은 결국 마지막회 근처에 와서야 밝혀지죠.

 

둘째는 '전멸'입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친구'내지 '도우미'들은 절정부에 이르러 모두 죽음을 맞이하죠. 이건 사실 쇼크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스타일이 전에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제작진이 상당히 잔인한 인간들로 보이게 되죠. 1기에서는 세일러 마스와 세일러 머큐리가 죽고, 5기에서는 심지어 세일러문을 제외한 모든 전사가 다 죽습니다. (내행성 전사 4명 + 외행성전사 4명 + 턱시도 가면 1명 = 9명. 실로 엄청 죽여버리는군요.)

 

셋째는 '전멸'에 이어지는 '각성'과 '부활'입니다. '도우미'가 다 없어져버리면 주인공은 혼자 남은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그 전에 없었던 새로운 힘에 눈을 뜨게 되는겁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적을 해치우면 그 다음에 그 새로운 힘에 의해 죽어버린 '도우미'들을 모두 다시 살려낼 수 있게 되는거죠. 그러면 제작진의 '잔인함'에 대한 비난을 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 이런식으로 세일러문이 새로 개발해낸 무기는 10가지 정도가 되고 그럴때마다 장난감으로 개발된 세일러문의 신무기들은 모두 엄청나게 팔렸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마지막으로 우리편에 '증원'이 이루어지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지루함을 해소하고,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는 것입니다. 나중에는 총 10명이 한꺼번에 적과 대적하는 완전 떼거지 전대물화 되었습니다. 웃기는건 중간에 어떤 적이 억울하다는 듯이 외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요.

 

"비겁하다. 10명이 1명하고 싸우는게 어디있냐!!!!"

 

이러한 특징들이 처음부터 계획하에 시도되었다기 보다는, 어쩔수 없이 이렇게 된것으로 보이는데 시리즈 자체가 계속 만들어지다보니 나중에는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죠.

 

저도 사실 1기 시리즈때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었죠. 제가 세일러문 시리즈를 좋아하게 된것은 3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바로 궁극의 최절정 시리즈였던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였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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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 S중에서 웃겼던 에피소드 중 한 장면. 변신할 수 없는 세일러문 대신세일러문으로 위장한 세일러 비너스. 위쪽에 경악한 세라 얼굴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