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일 토요일

애꾸눈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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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의아해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이 멋진 남자의 이름이 '하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테지만 어쨌든 방영 당시의 제목은 '애꾸눈 선장'이었습니다. 물론 80년대 초에 제작된 이 TV시리즈가 90년대 말 투니버스를 통해 재방영되면서 다시 '하록선장'이 되긴 했었죠. 그 난데없는 하록선장의 편성을 보고 어찌나 감동했던지. 결국 최종회까지 다 보고 어릴 적의 한을 풀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거의 기억나는 것이 없는 걸 보면 전 차라리 어릴적에 더 머리가 좋았던 걸까요?(-_-a) 
 
유명한 작품이긴한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쓸만한 이미지 한장 건지기 힘든걸 보면 이 무슨 풍요속의 빈곤인가 싶습니다. 비록 우리나라 작가가 만들어낸 우리의 작품은 아니지만 검색해봐야 뜨는건 오로지 상품광고뿐이고 그나마 몇개 있던 옛날 홈페이지들은 시대의 유행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져버리고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검색엔진에만 남아 있는 유령페이지더군요. 역시 인터넷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자료들을 얻어내기엔 더없이 좋지만 진정한 가치가 우러나오는 옛자료는 찾기 힘든 '가벼운'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일런지 모르겠습니다.
 
서두가 길었군요. 전 어릴적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1,2학년 시절에 이 '하록선장' 애니메이션을 무척이나 좋아했었습니다. 흔히 이 작품을 두고 말하여지는 '남자의 로망'을 느꼈던건 아니고, 항상 오카리나를 불면서 하록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유(한국 작명이 기억이 안납니다.)를 볼때나 지구엔 잠시 내렸다가 결국 발 못붙이고 떠나야 했던 하록과 일행을 볼때마다 그들 가슴에 맺힌 슬픔이 느껴졌었던 거라고나 할까요? 어린 마음에도 뭔가 꼬여있는 듯한, 그리고 한맺힌 듯한 모습이 눈에 잔상으로 남았던거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게 어떤 식의 비판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건 아니니까 일단 접어두기로 하죠.
 
얼마전에 오카리나를 구입했던 것도 늘 고아원에서 오카리나를 불던 마유때문이었습니다. 마유는 아마 하록과 에메랄다스의 딸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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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록의 그녀 에메랄다스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방영된것이 <하록선장>,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이었습니다. 하록선장은 은하철도 999에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도 없고 외국 자료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던 시절 이 세작품의 연관성에 대해 꽤나 많은 매니아들이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중 많은 부분들이 밝혀져 있긴 하지만 최근들어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 자신이 너무 심하게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가다보니까 오히려 많은 것이 꼬이고 있는 듯합니다. <다나사이트 99.9>, <신판 은하철도 999>, <하록사가>, <캡틴 하록>등 자신의 레이블 회사를 만들고 나서는 마치 스탬프찍듯 찍어내고 있는듯한 상황이기에 이제는 정말 본인도 정리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더군요.
 
어쨌든 군부독재 시절에 참으로 여과없이 잘도 반독재, 반자본주의 혁명분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틀어대더니 결국 'SF 애니메이션 금지 조치'라는 말도 안되는 강제 조항으로 인해 <애꾸눈 선장>의 TV 방영도 힘없이 종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조치가 정말 있었냐구요? 대머리 전씨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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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구입한 <캡틴하록>의 DVD입니다.
 
린타로가 감독한 <캡틴하록 - 엔드리스 오딧세이>의 DVD를 보면서 마츠모토 레이지의 인물들이 이런식으로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구나하고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플레시아 여왕과의 전투를 그렸던 옛날 TV판 이상의 감흥은 오지 않더군요.
 
지금도 하록선장이 좋습니다. 내면은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외형이 쓸데없는 근육질의 마초맨이 아니라서 더 좋습니다. 넓은 어깨가 아닌 좁디 좁은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고독이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도 저 우주의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을 아르카디아호를 생각합니다.
 
 




< 출처 : -> kori's home V 3.0 -> >

 

PS. 한국판 <애꾸눈 선장>이 있었습니다. <우주전함 코메트>에 나오는 캡틴 퓨쳐를 강제로 애꾸눈을 만든뒤 우주로 보내버린 아주 요상한 극장판이었는데 '넓고 넓은 우주의 바다~'로 시작하는 주제가를 가지고 있었죠. 주제가는 좋았습니다만 그건 '하록'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걸 분명히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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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빌려온 이미지입니다. 토치로는 하록의 친구로 아르카디아호를 제작한뒤 죽어서 아르카디아호의 메인 컴퓨터가 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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