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2일 토요일

brave...Inuyasha

이누야샤 (犬夜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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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민간 신앙이 아직도 널리 퍼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야 서울 시내 커피숍 숫자 만큼 많은 교회 십자가가 서 있다고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쪽은 도교, 불교, 기독교에 라마교를 비롯한 밀교 신앙과 각종 귀신을 모시는 작은 종교들까지도 모두 사람들 마음속에 뒤섞여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누야샤>에 나오는 수백종류의 요괴들도 거진 웬만하면 옛날부터 내려온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중에 작가가 새로 만들어낸 것은 얼마 안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뿐이다. 우리나라 야산과 주택가에 머물던 그 많던 빗자루귀신이며,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누야샤>. 한자로 쓰면 견야차가 된다. 야차라는 것은 밤도깨비, 또는 요괴를 뜻하는 것이니 이 말은 말그대로 개도깨비또는 개요괴이다. 그림에서도 보이다시피, 주인공 이누야샤는 대(大)개요괴와 인간사이에서 태어난 반요괴이고, 따라서 개한테나 있을법한 귀가 달려있다. <란마1/2>, <우르세이야츠라>, <메종일각>의 전세계적 유명 작가 다카하시 루미코가 코믹스로 연재를 개시한 이후 2000년 말경부터 선라이즈가 애니메이션으로 옮겼고, 2001년 12월 15일에 일본 내 극장에서 극장판 <이누야샤 :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 개봉되었다.

 

판타지 스타일과 민간 전설을 뒤섞고, 거기에 미스테리와 액션을 한데 모은, 화려한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은 탄탄한 원작덕에 55회가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무리없이 잘 진행되고 있고,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현시대의 가장 평범한 - 설정은 이래도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이상 별로 평범하지 않은 - 소녀 카고메가 어느날 전국 시대로 통하는 우물에 빠져 타임 슬립을 경험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은 전국 시대의 유명한 무녀 키쿄우의 환생임을, 알게되며. 그 키쿄우를 둘러싼 원한과 애증 관계에 직면하게 된다. 카고메는 요괴의 능력을 증강시켜 준다는 사혼의 구슬이 자기 몸속에 들어 있어, 이미 이 세계에서 사라졌던 사혼의 구슬을 다시 전국 시대에 나타나게 해준 꼴이 되고, 설상 가상으로 수만 조각으로 깨진 사혼의 구슬은 전국 시대 방방 곡곡으로 흩어지게 된다. 결국 카고메는 이누야샤와 함께 깨어진 조각을 되모아, 또다른 반요괴 나라쿠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되찾는 임무를 띄고 모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 전반부의 줄거리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한번도 들여다 보지 않은 사람은 이러한 줄거리를 보고 쉽사리 이것이 <드래곤볼>류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기 쉬울듯하다. 솔직히 사혼의 구슬이 공중에서 수천 조각으로 깨져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볼땐, 나 자신도 암담하기까지 했다. 분명히 그걸 다 모아야 하는 것이 이치일테니까. 그래서 결국 애니로는 55회, 코믹스로는 24권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고메와 이누야샤는 아직 사혼의 구슬을 다 모으지 못한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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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요괴는 한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 ^^ ▶

 

 

 

 

 

 

 

그럼에도 <이누야샤>가 재미있는 것은 전체 이야기의 방점이 사혼의 구슬에만 찍혀있지 않다는 것때문이다. 이미 죽었던 키쿄우과 주술사의 계략에 의해 흙인형인 상태로 부활하고, 자신의 환생인 카고메와 이누야샤를 사이에 두고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에 놓인다던가, 이누야샤와 키쿄우과 서로를 오해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 반요괴 나라쿠가 '과연 어떻게 저럴수 있을까'싶은 처절하게 더러운 모략으로 이들을 계속 위험에 빠지게 만드는등 거미줄같이 어지러운 복선망이 작가에 의해 그어져 있기 때문에 보고 있는 동안만큼은 다른데로 눈을 돌릴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미 <인어의 숲>, <인어의 상처>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리즈를 통해 다카하시 루미코가 <란마1/2>같은 코믹물이 아닌, 잔혹한 호러물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이야기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코믹스는 그 묘사가 애니메이션보다 조금 더 노골적이라는 차이가 있을뿐이다.

 

비록 우리가 왜색이라고 하는, 일본 문화의 색채가 너무 짙게 그려져있어 쉽사리 우리 나라 방송에서 <이누야샤>를 볼 수는 없겠지만, 이미 대작가의 반열에 올라선 여류 만화가의 노하우와 선라이즈의 신세대 기술진이 가진 표현력이 한데 합쳐져 이런 커다란 장기 시리즈를 별다른 부침없이 생산해내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는 그 수많던 귀신도 다 자취를 감추었을뿐더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대간 연대조차도 희미해진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아직 우리는 해야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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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누야샤 월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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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2년전에 쓴 포스트. <이누야샤>가 시작된지 1년이 막 넘었을 시점. 지금은 140회가 넘은 것 같은데... 국내에서 쉽사리 볼 수 없을거라는 예상을 무참히 깨고 애니원티비에서 막무가내로 방송을 해버렸고 하는 중이다. 워낙 장기 시리즈이기도 하고, 또 루미코 여사의 원작 코믹스가 지나치게 더딘 속도로 나오는 중이라서 애니메이션만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덧붙여지다보니 요즘은 갈수록 힘이 딸리는게 느껴진다. 퀄리티도 초반같지 않은데 과연 선라이즈는 어떤 야심을 가지고 이 시리즈를 계속 진행하는건지? 그리고 과연 언제까지 할건지도 의문이다.

더불어 애니원티비의 주제가에 대한 만행과 성우 캐스팅에 대해서는 분노하다 지친 나머지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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