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2일 수요일

달의 요정 세일러문 (3)

 

수동재생. 세일러 스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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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지면에 세일러문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다 하는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2년간의 공백이란...... 동영상, 그림 파일, 음성 파일까지 모두 링크하려면 새로 홈페이지를 하나 개설해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필요한 이야기만 하고 마무리 지어야겠네요. 저 자신도 아쉽습니다. 일단은 3번째 포스트에서 세일러문 S의 악당들과 2년간 한국어 더빙으로 열연을 해주셨던 성우분들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올라갈 4번째 포스트에서 이 시리즈의 전체적 의의와 특징에 해 몇가지 정리를 하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아, 세일러스타송은 이 시리즈의 매니아가 아니신 분들께는 낯선 곡이 되겠군요.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가가 한 곡 이었습니다만 일본에선 마지막 시리즈인 <세일러문 세일러스타즈>만큼은 이 곡이 오프닝곡이었죠. 그 유명한 '달빛의 전설'은 200화의 최종 엔딩곡으로 대미를 장식했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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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문에 대한 추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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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길어졌죠? ST의 오프닝 타이틀 마지막 장면. (^O^)

 

세일러문 시리즈는 1기부터 5기까지 이어지는 동안 굉장히 이야기가 부풀려진 케이스입니다. 사실 원작자의 의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어떻게 뒤집어 봐도 처음부터 그 방대한 설정을 모두 다 짜놓고 시작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달에는 달빛 왕국이 있었고 지구에는 지구를 지키는 왕자가 있었으니 그들은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으리라'는 발상이 첫 시작이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다가 행성별로 수호신을 붙이다보면 9개의 태양계 행성에 달을 포함하여 10명이 되고 , '여왕에게 딸이 있었으니..' 하면서 꼬마세라가 붙고, 대가족 체계가 되었겠죠. 그런속에서 아군만 있으면 이야기가 안되니까, 적국을 설정하는것 까진 좋았는데 시리즈는 계속되고 적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었으니 결국 최종 시리즈에 와서는 통크게도 세일러 갤럭시아가 등장하는데까지 이르게 된 거죠. 세일러 갤럭시아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태양계 안에서 치고 받던 이야기가 결국 은하계까지 팽창된거죠. 그래서 스타라이츠라와 그들의 공주님이라는 저 먼 '외계'에서 온 아군 캐릭터까지 등장하게 되고 맙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그렇게 많은 적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동안 때로는 너무나 개성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적 캐릭터들이 있었던 반면, 정말 왜 나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몰개성한 캐릭터들도 많았기 때문이었고, 어쨌든 그 수많은 적 캐릭터들을 감당하느라 어쩔수 없이 더빙에 참여한 대다수의 성우분들이 1인 2역, 3역, 4역까지도 감당했어야 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으니 제 귀에 분명히 누가 이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게 감지되어도 특별한 불평을 할 수 가 없었죠.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

 

다음은 주요 배역을 맡으셨던 성우분들 명단입니다.

 

최덕희  세라/세일러 문

정옥주  유리/세일러 머큐리,데이지  

서혜정  세일러 마스,퀸 세리니티,유진  

최문자  쥬피터(리타),세라 엄마

문일옥  세일러 비너스

김일     턱시도가면-레온, 데니  

이선     루나,플루토,새턴,샤키   

김수경  꼬마세라,앤,세일러 넵튠 

유남희  세일러 우라누스,페가수스  

구자형  네프라이트,쿤차이트    
김민석  앤디,제다이트,조이사이트     
박은숙  루나(초반부)    
박홍식  아르테미스,세라아빠     
성병숙  녹색의 에스메랄다    
손선근  청색의 사필    
송덕희  베르체     
이경자  퀸 베릴 

 

아주 간략한 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1인당 4명까지 표시된 이선님 같은 분도 계시네요. 이 분들의 배역 분담이 어떻게 되었었는지 세일러문S의 예를 들어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최덕희, 정옥주, 서혜정, 최문자, 문일옥님은 당연히 우리편 내행성 5명입니다. 그중에서 최덕희님은 주인공이니까 주인공만 연기하기에도 바쁘죠. 다른 역은 못하셨습니다. 구자형님이 페르손 박사를 하셨구요, 페르손 박사 밑에 레이디 카산드라가 막강 악녀였죠. 그걸 세일러 쥬피터를 맡은 최문자님이 하셨고, 카산드라가 실종된 이후에 나타난 악녀 유진 역할은 세일러 마스를 맡으신 서혜정님이 하셨죠. 유진이 죽은 뒤에 악역을 이어받은 미누엣은 세일러 머큐리를 하시던 정옥주님이 하셨습니다. 그 외에 그 악당들이 불러내는 요마는 그때 그때 알아서 나눠 맡는 식이었구요.  그러니까 더빙할때는.. 정의의 편이 되었다가, 악당이 되었다가 하는 식이었겠지요. 정말 이때처럼 우리나라 성우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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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손 박사와 레이디 카산드라
 
그 중에서도 페르손 박사 역할을 하신 구자형님의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밝은 곳에서 얼굴이 드러날때는 한없이 자애롭고 부드럽지만, 어두운데로 들어가서 저 그림의 모습처럼 얼굴이 가려지면 '이히힛' 하고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 페르손 박사의 양면성을 정말 신들린듯 연기하셨었죠. 구자형님은 세일러문 1기때부터 무작정 계속 출연하는 걸로 확실한 인상을 남기신 분입니다. 언젠가 만나뵌 적이 있는데 본인도 '이번 편에서 악당역을 하다가 죽으면 다음 번엔 안시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배역이 들어와서 놀랐다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배역 이름을 보시면 네프라이트와 쿤차이트라고 되어있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쿤차이트는 네프라이트가 죽은 직후에 이어서 등장한 배역이거든요. (^^) 구자형님은 92년도에 KBS 성우가 되시고 95년도에 프리랜서가 되신후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세일러문에 출연하시는동안 서서히 인지도를 높이게 되셨습니다. 지금은 <마법소녀 리나>의 제로스,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이누야샤>의 미로쿠, <바람의 검심>의 켄신, <슬램덩크>의 정대만등을 연기하신 베테랑이시죠. 
 
세일러문을 통해 스타급 성우로 발돋움 하신분은 구자형님뿐이 아닙니다. 주인공을 맡으신 최덕희님도 마찬가지죠. 최덕희님은 <란마1/2>의 여자 란마도 하시고 이전부터 많은 배역을 하시긴했지만 사람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긴건 결단코 세일러문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 물론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마법소녀 리나>의 리나 역도 굉장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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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희님 유학가셨습니다. 캐나다로요.. ㅠ.ㅠ
 
세일러 마스 역의 서혜정님은 이미 <x-파일>에서 스컬리 역을 하고 계셨었죠. 그것만으로도 팬은 충분히 많았습니다만 세일러 마스 역할을 비롯해 다종다기한 악녀역을 섭렵하시면서 지적인 스컬리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악독한 연기나 우스꽝스러운 푼수 연기등을 아낌없이 보여주셨습니다.
 
세일러문이 방송되던 시기가 96년부터 97년까지였습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국내 통신망에 성우 팬클럽이란 단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와 동시에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데뷔하신 신진 성우들이 본격적인 중견 성우로 발돋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성우 팬클럽 활동이 조금 미미해진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때는 한 통신사당 성우동호회를 비롯한 각종 팬클럽이 많은면 20개 이상되곤 했습니다. 세일러문에 출연하신 최덕희, 구자형, 김일, 이선, 서혜정님의 팬클럽들도 그때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었죠. 그래서 성우분들을 뵐 수 있는 기회도 꽤 많았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성우에 관심이 있었던 지망생들과 한정된 소수의 팬들에 관련된 이야기일 뿐이지만요. 
 
세일러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성우분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네요. 마지막 200회를 녹음하시면서 최덕희님, 서혜정님, 문일옥님, 최문자님, 정옥주님 모두 엉엉 우셨다고 하더군요. 2년동안 함께 해온 시리즈를 이제 떠나보낸다고 생각하니 무척 서운하셨었대요. 그만큼 그분들께도 인상적인 더빙이었던거죠.
 
자 이제 오늘 마지막 선물을 드릴까요?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파일입니다. 음질이 안좋으니 양해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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