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19일 토요일

진품과 모조품... <애천사전설 웨딩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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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가 봐도 <..웨딩피치>를 <..세일러문>의 아류가 아니라고 말하긴 힘들다. 평범한 여고생이 전사로 변해 싸움을 하는 것도 그렇고, 1명에서 3명까지 소대 단위 전투를 벌이는 것도 그렇다. 거기에 애완동물 비슷한 보조 캐릭터가 있는 것이나,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의 성격이 전투를 지휘하는 참모장의 역할을 가지고 있거나, 씩씩한 왈가닥으로 그려지는 등 <..세일러문>과의 유사점은 끄집어 내자면 한도 끝도 없다. 세일러문의 1기 주인공이 3명이었던 것처럼 웨딩피치도, 피치, 릴리, 데이지의 세 명으로 시작했고, OVA에 이르러 사루비아가 추가되면서 4명이되었는데, 이 사루비아의 성격이 세일러문의 우라누스나 넵튠이 그랬던 것처럼 매우 비타협적이었다는 점도 그렇다.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등장한 것이 한참 세일러문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무렵이었으므로 태생을 의심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짧은 치마를 펄럭거리는 여고생들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세일러문>이 절대 방영 불가를 받았을 즈음 대타로 등장하여 방송을 탔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이것이 그 유명한 세일러문인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던 거였다. 대체 왜 세일러문은 안되고 웨딩피치는 되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방송 심의의 기준은 너무나 자의적이어서 그것을 가늠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어렵다. (--;) 추측컨데 웨딩피치가 방송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작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좀 더 폭발적인 히트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KBS의 전파를 타는 것이 유리하던 시절 - 90년대 중반만 해도 그랬었다. - KBS에서 방영불가가 난 세일러문은 창고에서 잠시 잠을 재워두더라도 함부로 풀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수입사의 방침이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어느때 풀어도 손해 볼 것 없는 웨딩피치가 MBC를 통해 방송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웨딩피치는 현해탄을 건너와서도 쉽사리 아류의 멍에를 벗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 2차 복제물들의 운명이 그렇듯 - 애니메이션에서는 특히 더 - 웨딩피치는 세일러문 이상으로 노골적인 설정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세일러문의 원제가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것 역시 노골적인 제목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웨딩피치는 그보다 한 술 더떠 <애천사전설 웨딩피치>라는 원제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녀들의 무기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사랑'이었다. 제목을 가지고 트집을 잡긴 싫지만 사랑의 천사 이름이 '웨딩피치'라는 건 아무래도 상당히 낯뜨겁다. 여자들의 궁극적인 꿈은 '결혼'이었던가? 게다가 '피치 = 복숭아'에서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애매모호한 감정이란... 아무리 뒤집어봐도 '나 나가요'하고 다를게 없는 것이었다. 요는 세일러문에서 조금씩 발현되기 시작한 남자들의 로망을 좀 더 화끈하게 내놓고 보여줘보자 하는 발상이 없었을리 없다는 이야기다.
 
여기 등장하는 네 명의 소녀들은 세일러문과 달리 2단 변신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1단 변신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변신이었다. 전투를 해야하는데 치렁치렁한 웨딩드레스 차림이 가당키나 한가? 그래도 그녀들은 꿋꿋했다. 2단 변신은 위 그림에 보이는대로 전투복이었다. 세일러문의 턱시도 가면 역할에 해당하는 남자 주인공 케빈과 주인공 피치의 사랑도 있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 복사한 듯 비슷한 것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었던 애니메이션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전부였던 것은 아니다.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었고,  <애천사전설 웨딩피치 DX>라는 OVA도 만들어 질 정도로 꽤 인기를 끌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아류의 한계를 부인할 생각도, 극복할 생각도 없었던만큼 <.. 웨딩피치>는 적당한 인기를 끌고 그야말로 적당한 시점에 욕심없이 종영되었다.  
 
어쩌면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었을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와서 더더욱 아류 취급을 받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보고 재평가를 해야 된다고 말할 정도의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웨딩피치를 떠올릴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PS. 가수 최용준을 아는지? '아마도 그건', '갈채'를 불렀던 가수다. <..웨딩피치>의 주제곡은 최용준이 불렀는데 비슷한 시기에 불렀던 '갈채'와 꽤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 당시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가요풍의 노래였다. 묻어버리기엔 상당히 아까운 노래였던 관계로 투니버스에서 재방송시 2절까지 복원하여 완벽하게 내놓았다.
 
PS2. 혹시나 <.. 웨딩피치>의 팬이 이 글을 본다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으나, 악감정보다는 아쉬움쪽에 가까운 감정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노파심에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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