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7일 수요일

20세기소년 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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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잡지 연재분을 보았더라면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으련만, 일단 단행본만으로 참고 기다리는데는 무려 3개월 이상이 필요했다. <몬스터>때도 그랬거니와 이 시간의 길이는 앞서 진행되었던 이야기를 다 까먹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어쨌거나 새로이 출간된 16권은 표지부터가 이전과 다르다. 마치 <20세기소년 2부>라도 되는듯이 과감하게 표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든다. 그리고 너무나 노골적으로 '야, 이리와서 봐봐'라고 말한다. (^^) 
 
실컷 잘나가던 이야기를 시침뚝떼고 전혀 다른 시간과 장소로 돌려놓고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특징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15권의 그 무시무시한 '세계멸망'이후로 3년의 세월을 건너뛴 16권은 이미 스토리 자체가 여태까지 이 만화책을 계속 봐왔던 사람들조차도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낯선 또 하나의 세계다. 세계는 멸망했는데 '친구'는 여전히 그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거대한 옹벽으로 둘러싸인 고립 공간의 일본은 마치 1970년대, 켄지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간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오쵸를 비롯한 몇몇 생존자들이 이전의 흐름을 이어주고는 있지만, 주인공이라 믿었던 칸나조차 한번 등장하지 않는 16권은 또다시 새로운 등장인물로 가득차 있다. 교묘하게도 전반부 6장까지를 1970년대의 옛날 이야기로 채워놓고.
 
그러니까 16권에 들어선 <20세기소년>에 있어서 켄지의 어린시절, 1970년대는 이제 더이상 어떤 비밀로 감춰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장장 열다섯권에 걸쳐 슬쩍 슬쩍 드러내보이던 과거의 어떤 기억, 그리고 '친구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은 조금씩 서술적으로 설명해갈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1970년대처럼 망가진 (혹은 꾸며진) 2018년의 도쿄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는 1970년대와 아주 유사하게 겹쳐진다. 그리고 켄지와 칸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두 아이 사나에와 가츠오가 등장하여 오쵸를 돕게 된다.
 
이전 권에서 느닷없이 등장했던 친구랜드의 가상현실이 이젠 2018년 도쿄의 현실이 된 것일까? 우라사와 나오키는 과거와 현재를 뒤섞고, 세계 곳곳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전개하던 <몬스터>에 이어 이제 현실과 비현실, 리얼리티와 버츄얼 리얼리티를 한데 몰아넣는 실험을 하려는듯하다.
 
16권은 다시 시작하는 <20세기소년> 1권이다. 갈수록 방대해지는 이 이야기에서 더 이상 결말은 궁금하지 않다. 유일한 바램이 있다면 작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21세기의 가상현실 - 교묘하게도 <20세기 소년>에 그려지고 있는 21세기에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스, 광우병과 같은 현실의 이야기들이 끌어들여지고 있다. -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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