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9일 월요일

천년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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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왕>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ㅠ.ㅠ) 세상에 괜찮은 이미지 한 장 건지기가 이렇게 힘들줄은......
 
<은하철도 999>로 슬리퍼 히트를 친 MBC가 한 번 더 가보자는 속셈으로 <... 999>에 이어서 방송을 편성하긴 했으나, 여러가지 정황상 고정 편성을 할 수 없어 중도에 하차하게 된 사연 많은 애니였죠. 중간에 막을 내리긴 했으나 수입해 놓은 게 아깝기도 하고 처치 곤란 했던지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이면 언제나 '명작만화' 내지는 '특선만화'라는 미명하에 결국은 끝까지 다 방송이 되긴 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목'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끝났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된거죠. 사실 마지막회까지 방송이 되기는 한건지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저역시도 대부분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건 끝까지 하긴 다했다는 겁니다. 노는날마다 편성된다는 걸 알아버린 영악한 어린애, 명절이나 연휴때마다 신문 펴놓고 편성표 확인한뒤 시간 지켜가며 꼬박꼬박 다 봤기 때문입니다. (^^ 극성스럽기도 하지.)
 
한참 1999년 지구 멸망설이 횡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무사히 2000년대를 맞이하고 4년이나 지나버렸습니다만, 7,80년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더불어, 천재지변에 의한 지구 멸망의 공포감이 꽤나 강했었죠. (그래도 그 시대는 인간들의 죄책감이 조금은 살아 있었나 봅니다. 지금의 미국을 보면 아예 그런것도 다 없어진 것 같고......) 원작자인 마츠모토 레이지 역시 그런 시대적인 유행을 피해갈 생각이 없었는지 이 이야기에서 정해진 지구 멸망의 날은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였고, 회가 거듭될수록 다가오는 날짜에 동분서주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메탈'이라는 이름의 행성도 아니고, 항성도 아니고, 혜성도 아닌 요상한 천체가 지구로 충돌하겠다고 날아오는데 그 도착 시간이 바로 저 시간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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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머리에 뾰족턱. 메텔과 똑같이 생긴 천년여왕.
 
 
한때 TV에서 해주는 만화영화 주제가를 열심히 녹음해서 테이프로 보관하던 습관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때 녹음한 테이프를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만 언제 수명이 다할지 몰라서 전혀 틀어보지 않고 있을뿐만 아니라, 집에 카세트 레코더가 없어서 틀어볼 방법도 사실 없는 상태입니다. 언젠가는 꼭 영구 보관 가능한 씨디로 굽겠다는 소망을 가진지 어언 10여년, 아직도 요원한 상태입니다. 이 글을 보고 제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은 연락 부탁합니다.
 
그건 그렇고, 84년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천년여왕>은 어김없이 특선 만화로 방송을 탔습니다. 주제가 녹음 작업에 강한 집착을 보이던 국민학교 5학년 어린이 아론은 그날도 녹음을 하기 위해 거대한 녹음기를 준비해놓고 티비 앞에서 대기하려 했으나... 아뿔싸! 그날은 하루종일 야외에서 숙제를 해야했던 것입니다. 그것이 무슨 숙제였는가하면 혹시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옥상에다가 도화지 한장을 놓고, 그 위에 막대기를 세운뒤 한 시간마다 막대기의 그림자 모양을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태양의 높이에 따라서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는 걸 측정하라는 뭐 그런식의 숙제였는데, 불행하게도 이게 조별 숙제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있지 못하고, 제 짝꿍네 집에 가서 하루종일 그 숙제를 해야했던 것이죠. 녹음은 해야 되는데 그때를 놓치면 또 언제 방송 날짜가 잡힐지 가늠할 수 없고, 그렇다고 숙제를 안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환장할 노릇이었죠. 그래서 저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던 3학년 여동생에게 녹음기를 맡기고, 녹음법을 수없이 가르치고 또 가르쳐 '꼭 녹음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신신당부해놓고 친구 집으로 떠났습니다. 그래서 녹음에 성공했을까요? 
 
'내가 그런것도 못할줄 알아?'
 
하하하, 그때 당당하게 외치던 동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군요. 제 동생이 정말 고맙게도 첫 녹음 작업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 가슴 졸이며 얻은 주제가가 아직도 제게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첨부한 파일은 그 때 녹음한 파일은 아닙니다. 언젠가 피씨통신 동호회 방에서 다운받아 놓은 것이구요, 제가 녹음한 노래들은 언젠가 따로 공개할 날이 올겁니다.
 
일화를 소개하다가 이야기가 한참 샌 것 같군요.
 
마지막회 궁금하시다구요? 마지막회는 '천년여왕' 야요이의 장렬한 죽음이었습니다. 썬더버드호를 타고 지구에 거의 도달한 라메탈에 날아가 자폭해버렸죠. 그 바람에 라메탈은 궤도를 바꾸고 결국 지구 전체를 구하게 됩니다. 그 처절한 최후를 철이는 눈물 흘리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구요. 뭐 그렇게 지구와 지구인은 잘 살아 났습니다만, 이 이야기가 <은하철도 999>와의 연계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볼때 천년여왕이 몸바쳐 지켜낸 지구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 없게 되어버리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보람도 없이 말입니다.     
 
이 뒷이야기에 대한 말도 참 많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스스로 천년여왕의 속편이라고 이름 붙인 <메텔 레전드>시리즈를 만들어서 '천년여왕'이 '메텔'의 엄마 프로메슘이라고 해버렸습니다만 그게 참 애매모호합니다. 어떤 이는 천년여왕 야요이와 메텔이 동일인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끊임없이 어떤 연결 관계를 추적하고 있지만, 똑떨어지는 정답을 찾기는 힘들 것 같네요.
 
일본 극장판은 기타로가 음악을 담당했었고, 꽤나 유명한 곡인데다가 영어 버전이라서 우리나라 영화음악실에서도 '엔젤퀸'으로 여러번 소개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제가는 역시 마상원 작사, 곡에 김국환 노래 입니다. 멜로디는 오리지널입니다만 가사는 일본판에서 따온거더군요. 역시 표절대마왕답습니다. (^^)
 
그럼 오랜만에 즐겨주세요. <천년여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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