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0일 토요일

베르사유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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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칼과 앙드레...
 
<베르사유의 장미>의 제작년도가 1979년임을 감안할때 이 작품은 분명 30대들이 추억하는 애니메이션 중 한자리를 차지해야 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한국에서는 14년이 지난 1993년에서야 겨우 처음으로 방송을 탔네요. 70년대에 프랑스 시민 '혁명'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 애니메이션을 실제로 봤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20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 역시도 93년에 봤죠. 아마 그때 이 방송을 보면서 찐 옥수수를 뜯어먹다가 '영장나왔다'는 전화를 받은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중간까지 보다 말고 눈물을 머금은채 입대하게 됐죠. 뒷이야기는 그 당시 열심히 방위 복무중이던 선배형의 편지를 통해 간간히 듣게 되었습니다. 제대한 후에서야 재방송을 통해 그 처절하고 아름답던 마지막회의 엔딩까지 다 보게 되었죠.(-_-;;)
 
일본인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프랑스 역사라는 애매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이케다 리요코의 치밀하고 방대했던 원작 덕분인지 오히려 프랑스 현지에서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베르사유의 장미>는 데자키 오사무라는 걸출한 애니메이터를 만나 진정 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 대작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보물섬>, <집없는 천사 레미>등 <베르사유의 장미>보다 먼저 국내에 방송된 데자키 오사무의 애니메이션들이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듯, 데자키 오사무는 하모니 기법 - 장면이 순간 멈추면서 흑백으로 전환되는 바로 그 기법이죠. - 등을 이용한 특유의 영상미와 연출로 이 작품을 더욱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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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아름다운 오스칼..
 
70년대 순정만화 특유의 전형적인 그림체 때문에 순정만화에 대해 호감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쉽게 외면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방대하고 치밀한 스토리를 제대로 들여다 본다면 그러한 선입견이 얼마나 하찮은 편견에 불과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자로 태어나 평생을 남자로 살다가 혁명의 와중에 산화한 것으로 그려지는 주인공 오스칼은 물론 실제 인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마리 앙뜨와네트, 페르젠 백작, 루이 16세등 실존했던 역사속의 인물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얽혀드는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오스칼마저도 실존했던 인물처럼 느껴지게 되죠.
 
오스칼하면 그 목소리를 연기하셨던 故 정경애님이 떠오릅니다. 우리에게는 물론 <빨강머리 앤>의 앤 역할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베르사유의 장미>에서의 오스칼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죠. 앙드레 역할은 백순철님이셨고, <세일러문>의 최덕희님이 정말 초짜 성우이던 시절에 이 작품에 잔느 역할로 참여하셨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괌에서의 KAL기 추락사고로 정경애님과 함께 세상을 뜨신 성우 장세준님이 비디오로 먼저 출시 되었던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앙드레 역할을 하셨었습니다. 만일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티비판에서 두분이 함께 앙드레와 오스칼 연기를 하셨었다면 저는 정말 마음이 아파서 이 애니메이션을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것 같군요.

 

 

주제가가 트롯같다고 뭐라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이 노래는 일본 원곡과 거의 같은 가사, 유사한 멜로디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이 애니메이션에 무한 애정을 가진 사람은....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 참고로 비디오판 주제가는 또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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