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8일 목요일

<스파이더맨2>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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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지 이제 일주일 된 이 영화를 본 사람보다 아직 못 본 사람이 훨씬 많을터, 구구절절히 자세한 이야기를 써버리면 분명 스포일러가 될텐데 쓰자니 미안하고 안쓰자니 답답하다. 최신 영화에 대한 짧은 평은 영화 잡지가 아니고서는 유행 시점이 지난 다음에 써주는 것이 예의일라나? 하지만 사진만 덜렁 올리는 것은 결코(!) 내 포스트답지 않다는 신념으로 몇글자짜리 초단평은 해야겠다. 이것조차도 스포일러라고 욕할 사람은 아예 읽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걸.

 

1. 최고의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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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애즈포크>의 할이 카메오 출연한다고 해서 qaf팬들에게 더욱 주목받았던 장면. 1편보다 스파이더맨의 고공활강은 훨씬 다채로와졌고, 돈이 많이 들어간만큼 화면 때깔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1.85:1에서 2.35:1로 넓어진 화면만큼 훨씬 짜릿해진 <스파이더맨2>인데...

그런 것들을 다 제치고 이 짧은 엘리베이터 씬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은 이유는 바로 이 장면이 감독이 가진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편에서 거의 눈치만 보는거 같았던 샘레이미가 2편에 와서 서서히 옛날의 자기 감각을 찾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재치 넘치는 씬이었다.

 

2. 알프레드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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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예고편으로 본 닥터 옥토퍼스의 엄청난 위용에 비해 실제 영화속에서 그려진 이 캐릭터의 비중은 별로 대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나리오에 드러난 캐릭터의 약점을 알프레드 몰리나는 배역에 대한 엄청난 몰입감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뛰어넘어 버렸다. 역시나 연극무대를 거쳐 쌓아온 내공이었을까? 감독이 그를 위해 일부러 넣어준 것 같은 단독 씬에서 '무대'같은 '화면'을 장악하는 놀라운 파워에 기꺼이 엄지 손가락 두개를 세워 주기로 했다.
 
3.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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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을 다른 미국산 영웅보다 좋아했던 건 예전에 tv에서 틀어주던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에 나왔던 한줄의 대사 때문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지하에 깔린 하수도를 기어 악당의 소굴로 잠입하던 스파이더맨... 열심히 기어가면서 한마디 하더라.
 
'젠장할.. 나는 언제까지 이런 더러운 하수도나 기어다니면서 살아야 되는거냐...'
 
영화판 <스파이더맨2>도 마찬가지다. 먹고 살기도 힘든판에 시간 쪼개서 돈도 안되는 '영웅짓'까지 하려니 생활은 궁핍하고 학점은 떨어지고 몸은 축나고 여자친구는 도망간다. 진흙탕같고 하수도같은 우리네 인생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쉬운가? '유후~'소리 신나게 하늘을 날며 '스파이더맨' 생활을 영위하려고 했던 피터 파커도 이제서야 비로소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라는 말을 진정 실감하게 된 듯. 그의 생활고에 200% 싱크로해버렸다. (ㅠ.ㅠ) 저 그림만 봐도 삶의 무게에 쳐진 어깨가 절로 느껴지지 않나?
 
4. 스파이더맨 3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가 없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참으로 노골적으로 3편을 예고해버렸다.
 
5. old movie에 대한 경배
 
지하철 결투 장면을 보면서 <대열차강도>라는 백년전의 작품이 떠올랐고,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이었던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를 깔았던 장면은 아직도 그 음악을 선택했던 이유가 궁금하고, 여전히 달려가면서 가슴의 티셔츠를 잡아 벌리고 거미 마크를 보여주는 모습은 <슈퍼맨>같아서 웃었다. ^.^ 그리고 웨딩드레스 입은 여자가 예식장에서 탈출해야만 이야기가 풀리는 건 <졸업>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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