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7일 토요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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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론, 헤르미온느가 한살을 더 먹고 3학년이 되었다. 나이는 13살. 그러니까 이제 이 세 사람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학생이 된 것과 같다. 아마도 우리 성숙한 중학생 친구들은 존심 상하는 초등학생과의 비교는 온몸으로 거부할 것이 분명한 것처럼, 이 친구들도 참 많이 달라졌다. 7학년까지 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3학년이라면 중급 정도에 해당할테지만, 한참 더 나이먹은 고학년들은 뒤에서 팔짱끼고 구경이나 할테고, 퀴디치든 수업이든 가장 열심히 덤벼들 학년에 올라선 해리 친구들은 바야흐로 귀여움을 벗고 멋있어지기 시작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돌>을 보고 나왔을때였던가? 유치하다고 말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좋았다. 내가 본 <.. 마법사의 돌>은 실사버전의 <빨간망토 차차>였다. (^^) 실로 오랜만에 당당하게 내놓고 '사랑, 용기, 우정, 정의'를 외치는 영화를 보게 된 것이 어찌나 반갑던지. 설정이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출생의 비밀이 아무리 무거운 것이라고 해도 아이들 셋이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만으로 더없이 즐거웠기에 유치뽕짝이래도 돈이 아까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역시도 하늘에서 비행접시 하나 안떨어지고, 땅 갈라지면서 불뿜는 공룡이 튀어 나올리 없는 이 지루한 머글 세상을 탓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별반 대단한 스펙터클이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는 길었고, 군더더기도 많았다. 최후에 등장한 거대한 뱀 바실리스크도 크기만 컸지 대단할 게 있었나? 그저 호그와트 같이 넓은 성에 비밀의 방 한두개쯤 없을리 없고, 지나가는 에피소드 중 하나 정도에 불과한 이야기를 2시간 40분에 담았다는건 상당한 무리였다.
 
그리고 나서 이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역시나 서사의 무게를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 앞서 두 편이 그랬던 것처럼 장소는 호그와트로 한정되어 있고,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러나 감독을 바꾸고, 원작의 스토리를 덜어내 간소화시켜도 이제는 어쨌거나 '해리포터'다. 너도 나도 다 알고 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덤블도어 교장선생님, 해그리드 아저씨 다 나온다. 따로 소개할 필요도 없고, 그저 알고 있던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울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영화는 자체적인 완결성에 집착을 하기보다는 전체 7부작중 중간 토막으로 끼워진 한 에피소드를 그려내는데 충실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보는 사람도 그게 다 용서가 된다.
 
알폰소 쿠아론은 이미 두 편을 만든 크리스 콜럼버스와는 또 다른 부담을 가졌을 것이다. 크리스 콜럼버스가 깐깐한 J.K. 롤링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면, 알폰소 쿠아론은 그와 동시에 크리스 콜럼버스의 색채를 어떻게 하면 걷어낼수 있을까라는 이중의 부담이 있었을테니까. 그런면에서는 대단한 성공이다. 사춘기의 다소 칙칙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 아즈카반의 죄수>는 눈보다는 비를 택했고, 햇빛아래 산뜻한 빨강, 노랑, 초록의 호그와트를 버리고, 갈색과 회색등 중간톤으로 갈아입혔다. 결과적으로 내가 좋아했던 귀여운 아이들의 학예회는 이제 없어졌다. 기숙사방에서 남자애들끼리 낄낄 거리며 농담 따먹기 하는 모습은 '이제 술만 마시면 되겠군'하는 느낌이었다.
 
아, 길게 쓸 기운 없다. 때맞춰 찾아오던 친구가 한해 걸러 지각 방문을 해준 것만으로 만족하자.  재미가 있어도, 재미가 없어도 그건 '해리포터'이기 때문일것이다. 이제 아마 <.. 불의잔>으로 넘어가면, 신형 '파이어볼트' 빗자루를 타고 호그와트 뒷동산에서 폭주 경쟁을 벌이는 아이들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원작은 안읽어서 모름)
 
PS. 원래 그랬나? 이번 영화는 유난히 영국식 악센트가 튄다.
 
PS2. 엠마 톰슨과 데이빗 튤리스의 연기가 꽤나 멋지다. 그에 반해 게리 올드먼의 연기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생각보다 별로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그랬던 것처럼.
 
PS3. 마이크 뉴웰이 <... 불의잔>의 감독을 맡았으므로, 이 이야기는 이제서야 비로소 태생을 속이지 않고 점점 영국식 잔치로 간다.
 
PS4. 한해에 영화 한 편 만드는 것도 주연을 맡은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매 씬마다 아이들의 모습이 틀리다. 심지어 어떤 신을 먼저 찍고, 어떤 신을 나중에 찍은 것인지 구별이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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