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5일 금요일

43+6/07/15 비오는 날의 닭곰탕

장마철 서귀포의 날씨는 정말 예측이 불가능하다.  서울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습도 100%의 날이 계속 이어지는 통에 물 속에서 헤엄치며 자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한 편,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볕이 내리 쬐기도 한다. 물론 그러다가 해가 지면 또 갑자기 비가 내린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육지와 전혀 다른 날씨에 적응하고 견뎌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럴수록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먹는 한 끼에도 이전보다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닭곰탕은 그런 힘겨운 여름 나기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좋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고, 파, 마늘, 고추가루로 만든 다대기는 기력을 돋궈 주는 역할을 한다. 밥을 말아서 아이들과 함께 한그릇 뚝딱 해치웠다. 든든함이 남다르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하다보니 주룩주룩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닭 한마리를 데치고 다시 삶아서 살을 발려내고, 삶아낸 국물을 재차 끓이고, 다대기를 만들어서 갓지은 밥 위에 발려 놓은 닭살과 함께 내는 과정을 생각하면 그다지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꽤 손이 많이 간다. 

생각해보면 세상 살이나 인간 관계, 그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게 있을까? 그래도 그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맛있는 음식이 되고, 좋은 관계가 된다. 

바다 건너 제주까지 온지 벌써 4개월. 때때로 육지에서 만나던 좋은 사람들이 그립다. 소홀하게 대한 건 아닌지, 섭섭하게 만든 건 없는지 생각해 본다. 버리고 온 건 아닌데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해질 때도 있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자꾸만 더 소심 해진다.

곰탕처럼 따끈하고 든든한 사람 관계.

시간이 갈 수록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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