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25일 토요일

2. 명보극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재개관 10년
글을 쓰기 위해 명보극장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이 극장이 저런 모습으로 재개관한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하는 생각에 잠시 아연해졌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 곳에도 잊고 지냈던 몇가지 추억들이 숨어 있었다. 정말 잊고 지냈다. 까마득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개관전의 모습

 

2. 1993년.<육체의증거> 무삭제판을 보다

그러니까 그 영화를 본것은 명보극장이 사진과 같은 옛날 모습일때였다. <원초적본능>이 대박 히트를 치고 난 다음 얼추 비슷하게 섹스와 스릴러, 미스테리, 팜므파탈같은 요소들을 뒤섞어 만든 영화들이 꽤나 유행처럼 나오던 때에 마돈나와 윌렘 데포 주연으로 만들어졌던 <육체의증거> 무삭제판 시사회를 이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무삭제판이라고 해서 딱히 뭐 대단한 것은 없었다. 공짜라는데 거기다 야하기까지하고 더군다나 무삭제라니 안가볼 도리가 있었겠나? 결과적으로 참 실망스러운 영화였긴 했지만. 한참 동호회 형, 누나들하고 영화 스터디를 하던 때라, 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 감독이 기본적인 180도 라인을 못지킨 장면이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학습이 도움이 좀 된거 외에 남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마돈나는 작품 선택을 지지리도 못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거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1994년 추석. <게임의법칙> 보다

이 영화에 대한 극과 극의 찬반 의견은 최근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반대파에 속한다. 그때까지 본 한국영화중 최악의 영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분명하지 않고, 연기도 썩 훌륭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지루했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박중훈에게 눈꼽만큼의 공감도 가지 않았다. 1994년 추석 연휴때 나는 상병을 단지 얼마 안되는 현역병이었다. 서울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손에 쥐고 있던 포상 외박증 한장 때문이었는데, 물론 우리 부대가 홍천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서울까지 오는 것은 당연히 위수지역이탈이고 영창감이다. 그러나 나는 소위 '점프'라는 것을 단행했다. 혼자 군복을 입고 (사복도 아니고) 시외버스를 타고(자가용도 아니고) 서울까지 날르는 용감무쌍하고 무모한 행위를 해버린것이었다. 뭐 <게임의법칙>을 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서울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시간이 남아서 그때 늘 그랬듯이 영화를 본 것인데, 본의아니게 친구들과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입에 게거품을 물고 영화에 대한 욕만 실컷 하게 되는 꼴을 낳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1996년 설. <은행나무침대> 보다

명보극장에서 본 영화들이 하나같이 그저 그랬던 건 아니었다. <은행나무침대>는 꽤나 신선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좀 많고 산만하긴 했지만 하나의 결론으로 묶어내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고, 세련되진 않아도 한국 영화에 부족했던 '오락' 영화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끌어낼 수 있었으니까. (강제규는 소재를 잡는 면에선 출중하나 아직도 이야기를 세련되게 풀어내는 방법은 잘  모른다) 지금도 기억하는건 누군가의 반강제적인 요구에 의해 이 영화를 아침 조조로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건데, 같이 봤던 그 '누군가'는 지금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고 잘 지내고 있다. 조조 선착순 선물로 받은 <은행나무침대>의 포스터 판넬은 아직도 내방에 그럭저럭 보관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2003년 어느 초여름날, <장화,홍련>보다
아마 명보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이 영화지 싶다. 작년에 본 영화중 <살인의추억>과 더불어 손에 꼽고 싶은 한국영화이기도 하고. '명보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사실 자체가 좀 생경하고 신선했다. 강남권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많이 생긴 이후로 3-4년간 명보극장에 간 적이 없었으니, 처음에 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자는 말을 들었을때, 자연스럽게 '왜 거길 가?'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되짚어 보니 꽤 여러가지 추억들이 있는 극장이었는데 내가 좀 너무했나 싶다. (^.^)
 
6. 또 뭘 봤었더라?
<미션임파서블 1> - 중고생 표 끊고 들어갔다. 1996년이었을텐데. (^.^)
<트위스터> - 동아극장에서 보고 사운드가 맘에 안들어 여기서 다시 봤다. 이땐 이런짓도 많이 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