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1일 월요일

플루토 by 우라사와 나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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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게 1년전이었던가, 2년전이었던가? 항상 지금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 끝나갈때쯤이면 쉴틈없이 다음 작품의 연재를 맞물려 시작하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성격대로, 그 사람이 바다건너에서 또 한번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가물가물하지만 하여튼 오래전이었다. 그리고 교보문고 외서부에서 척 보기에도 두툼한 <플루토> 한정판 2권 - 안에 뭔가 좀 특별한게 포함되었을 것이 분명한 - 을 발견하고 역시나 새 작품을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도 꽤나 오래전이었던 것 같다.
 
맞다. 우리사와 나오키는 신작에 대한 욕심으로 <20세기 소년>이 끝나기도 전에 <플루토>를 겹치기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격주간 연재라고 들었던 것 같다. 우라사와 나오키도 사람 맞는거다. 급기야 <20세기소년>은 완결이 나지도 않은채 내년 봄으로 모든게 연기되어버렸다. 그런 식으로 우라사와 나오키는 <플루토>에 완전 올인해버린거다.
 
하지만  '<플루토>가 뭐길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거나 '<20세기소년>의 팬들을 기만하는 처사 아닌가?'라는 생각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습게도 분위기는 오히려 <플루토>를 지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뜨문 뜨문 연재에 단행본 1권이 나오기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는 사실에도 아랑곳없이 <플루토>는 그 느린 전개 속도에도 불구하고 안티는 커녕 폭발적인 환호와 기대를 받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플루토>의 원작은 <우주소년 아톰 (철완아톰)>이다. 21세기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다시 그리는 1960년대 작가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 그것도 덜 유명하거나 묻혀버린 작품이 아닌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아톰'이다. 영화를 리메이크 하거나 가수들이 과거의 유명한 명곡들을 리바이벌해서 부르는 경우는 있었지만 만화를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있었던가? 우라사와 나오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섣불리 덤벼들지 않았던 영역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우주소년 아톰>의 수많은 에피소드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이들이 머리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지상최대의 로봇'을 <플루토>로 되살려낸다. - 사실 이 '지상최대의 로봇' 에피소드는 아톰의 1980년대판 티비시리즈에서도 가장 클라이맥스로 다루어졌고, 2003년판 아톰에서도 빼놓지 않고 다루어졌다.  80년대판 아톰을 통해 본 플루토와 세계 7대로봇의 전투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단행본은 필구일수 밖에 없었다.
 
테즈카 오사무의 냄새를 군데 군데 진하게 깔고 있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마치 한가지 원안을 놓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작품을 만들어낸 것처럼 테즈카 오사무의 '지상최대의 로봇'과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는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작품으로 기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쇼크는 대담하게도 <플루토>에 우라사와 나오키가 만들어낸 '아톰'또한 그대로 등장한다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일본판 <플루토> 한정판 3권의 겉표지는 센스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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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3권 한정판의 표지>
 
아쉽게도 일본판 한정판에 같이 수록되어 있는 테즈카 오사무의 '지상최대의 로봇' 에피소드는 국내판에는 실릴 수가 없을 것같다. 국내판 <플루토>가 서울문화사에서 출시 되었는데 테즈카 오사무 시리즈 전체의 판권은 학산 문화사에 있고 기출시 되었던 '우주소년 아톰' 전권조차 이미 절판된 상황에서 '지상최대의 로봇'의 판권만 서울문화사가 따로 구입할 리도 없을 것 같고, 단행본이 몇권이나 팔릴지도 알수 없는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의 열악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런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기에 '지상최대의 로봇'이 궁금하면 그저 일본 한정판을 구입해서 보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을 없을거라고 본다.
 
 
 
 
 
 
 
 
 
 
그나저나... 뚜껑은 열었는데... 이제부터 남은건 무한의 기다림이겠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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