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8일 일요일

<강철의 연금술사 - 샴발라의 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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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프 2006 장편 경쟁 부문에 출품된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 2004년 한해동안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휘어잡았던 화제작의 후속편이었던만큼 극장판의 퀄리티는 보는 사람을 100%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을만하다. 액션신의 강도와 박력만 따져도 보통의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못지않고, 그림의 섬세함이나 배경터치또한 넓어진 화면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이번 극장판 <강철 - 샴발라의 정복자>는 TV판의 후속편이면서 확장판이고 완결판이다. 왜 TV판 51화가 그렇게 미완으로 끝나야했는지 확실한 답이 이 극장판에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의 TV판 후속이나 새로운 극장판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코믹스는 아직 연재가 진행중이지만, 이미 TV판 중반부터 코믹스와 전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고, 이번 극장판으로 인해 더이상 코믹스와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어져 버렸다. 방법이 있다면 원작자 아라카와 히로무가 이 TV판과 극장판을 염두에 두면서 코믹스를 전개해가는 것일텐데, 그또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미 티비판, 극장판을 포함한 애니메이션과 원작 코믹스는 이 극장판의 줄거리처럼 또 하나의 평행우주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
 
TV판의 후반부 전개에서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 극장판에 깔려진 온갖 잡학지식과 설정들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출판대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이미 중추적인 문화 산업으로 자리잡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치를 가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하나의 테제로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 '등가교환'. 이 작품은 이 간단한 단어 하나를 놓고 변증법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TV판은 '등가교환'의 가치로부터 출발해서 결국 '등가교환'이라는 원리를 부정하며 끝난바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이 극장판은 그들이 부정했던 '등가교환'이 단지 물질과 물질을 1:1로 교환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좀 더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 이 작품에는 인간의 생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상반된 가치, 그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효율적으로 대차대조 시키면서 보는이에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곳이냐고, 지금 당신이 사는 세상이 행복한 곳이라고 느낀다면 또는 불행한 곳이라고 느낀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사람이 자신의 생을 지키고 유지해나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 작품에는 여전히 많은 철학적 과제들이 알레고리적으로 등장한다. TV판을 어느정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알과 에드는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고, 성서의 7대 죄악들은 호문클루스의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끊임없이 두 형제를 괴롭힌다. (영화 <세븐>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7대 죄악이다. 러스트, 엔비, 글러트니, 라스, 슬로스, 프라이드, 그리드가 바로 그것) 또 이 호문클루스들은 실재했던 사람들이 죽었을때 그 사람을 되살리기 위한 인체연성술을 시도하다가 실패했을때 발생하는 것으로 이것은 바로 자기 자신들의 도플갱어이자 거울로 작용한다. (호문클루스가 생전의 자신이 가졌던 물건이나 유골에 반응하여 죽어가는 것도 그런 이야기가 아닐런지. 도플갱어는 서로 마주칠 때 둘중 어느 한쪽이 죽게 된다는 설이 있다.) 인체를 건너뛰며 불사를 도모하는 단테와 호엔하임은 고래의 불사신 또는 흡혈귀 전설을 떠올리기 하면서 불로불사에 대한 또 하나의 탐욕, 그 죄악적 욕심을 형상화한다. 비록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면서 굳이 이렇게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적 테제들을 분석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충분히 재미가 있기때문에 이 작품이 더 매력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극장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안본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크게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을려고 한다.  다만 완전히 가공의 무대에서만 진행되었던 <강철의 연금술사>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평행우주로 끌어들여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타지의 경계를 깨고 현실과의 접점을 만들어 작품의 완결성을 한차원 더 높이려고 하는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의 욕심을 엿볼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다만 그것이 왜 1923년의 독일이며, 1차대전 이후이자 2차대전 직전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다시금 히틀러와 나치당의 봉기를 '상상적으로' 원천 봉쇄하며 또하나의 패러럴 월드를 만들어냈는지 그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 나치당 봉기가 원천 봉쇄돼고, 히틀러가 체포되고, 우라늄의 발견과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이후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면 일본이 원자폭탄을 두방이나 맞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혹시 그것을 생각했을까? 
 
극장판은 유쾌하게 시작해서 감동적으로 끝맺는다. 감상 이후에도 충분한 뿌듯함을 느낄수가 있다.
충분한 양의 서비스컷을 파악해낼 수 있는 TV판의 팬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같은 극장판이다. 물론 작품적으로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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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L'Arc-En-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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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강철의 연금술사 / 샴발라의 정복자> 주제곡 'Link'

- TV판에서 시작된 하가렌과 라르크의 인연은 여기까지 계속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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