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1일 금요일

30일만의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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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한달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끝까지 보았습니다.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드라마 ost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사진을 캡쳐하고 글을 올리면서 드라마의 여운을 즐겼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드라마를 처음 봤을때의 진동도 가라앉고 사쿠와 아키가 남겨준 좋은 기억을 제외한 그밖의 것들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11부 최종회 다음에 방송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17년만의 졸업>이라는 특별편은 미처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더군요.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본다는 건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두려운 일이라는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이 특별편만큼은 봐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미 한달이나 지났고, 어차피 많이 잊어버렸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야타베 선생님이 사쿠에게 17년 동안 보관해 두었던 졸업장을 건네주었고, 그제서야 사쿠도, 야타베 선생님도 따스함을 되찾았던 것처럼 저도 이제 이 특별편을 본 지금에서야 그 졸업장을 건네 받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더이상의 눈물은 없을거라 자신했는데 어김없이 제 눈에서 눈물이 나오네요.

 

'전 무엇을 위해 죽는걸까요?'

 

'그건... 남은 사람들 각자가 정하는 것 아닐까?'

 

특별편을 보고 나서 11회의 끝장면을 생각해보니 아키를 알고, 아키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아키의 죽음이 남겨준게 무엇인지,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각각 정해두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17년이나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던 사쿠를 다시 고향에 불러준 사람이 야타베 선생님이었다는 것도요. 따라서 그 긴 세월과 이 아픈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도 당연히 야타베 선생님의 몫이었겠죠. 특별편은 단순히 드라마를 재편집한 요약판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편을 통해 제가 본 것은 야타베 선생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쿠와 아키'의 이야기였지만, 켄료군도, 오오키군도, 토모에짱도, 사쿠의 아빠, 엄마, 아키의 아빠, 엄마도 각자의 삶속에서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사쿠와 아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키와 야타베 선생님의 저 두마디 대화도 의미가 충분히 있는 것일테지요.

 

아키를 떠나 보낸 하늘을 사쿠가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정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당분간 가슴에 묻어두어야 할 것 같네요.

 

죽는다는 것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더 크게 가르쳐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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