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스크랩] '괴짜' 곽동수에게 IT 이슈를 묻다

괴짜' 곽동수에게 IT이슈를 묻다.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교수는 10년째 맥(MAC) 으로 2테라바이트(TB) 가량의 기사 데이터를 PDF파일로 차곡차곡 모아온 집요한 ...


그는 수시로 온라인에 글을 쓰는 열성 블로거이며 필요할경우 당당하게 소수파 입장에서 날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인 ‘아이러브스쿨’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열광할 때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조장한다”며 독설를 퍼부었던게 대표적이다. 촛불시위가 한창일때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네티즌들 편에 서서 인터넷 여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분위기에 직격탄을 날렸다.

 


▲ 곽동수 교수는 무선랜이 잘 잡히는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작업을 종종한다고 했다
지 난 17일 한적한 홍익대 주차장골목에 위치한 브런치 전문 레스토랑에서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기자에겐 블랙베리와 명품 가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캐주얼 복장에 정리되지 않은 턱수염은 대학 교수하면 떠오르는 외모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야채 빵 베이컨이 아무렇게나 그러면서도 왠지 먹음직스럽게 담긴 브런치를 앞에 두고 기자와 곽 교수는 ‘디지털교과서’ ‘킨들’ ‘앱스토어’ 등의 작금의 IT시장 핫이슈를 사전에 작성된 질문지 없이 ‘브런치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곽 교수가 쓰는 블랙베리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던 기자에게 “애플 맥을 쓰던 제가 블랙베리를 쓰니까 ‘돈 받았나’라고 까칠하게 따져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웃음)”라며 “오늘 재미있게 본 기사가 있다”고 했다.

 

영국 일선경찰 1천100명이 어깨에 착용하던 무전기 대신 블랙베리를 사용한다는 기사였단다.

 

“우리나라였다면 ‘국가 공무원이 다른 나라가 생산한 휴대폰을 쓰는 게 말이 되나’며 벌써 난리가 났을 거에요. 아니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 그게 그거라고 했겠죠”

 

곽 교수는 자존심 강한 영국이 캐나다 제품을 들여왔다는 사실에 적잖은 자극을 받은 듯 했다.

 

“기 사를 보니까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경찰 한 명당 30분에서 1시간씩 업무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국가비용이 준다는 계산이 선 거에요. 예전에 무선이 등장했을 때도 ‘뭐 필요하겠나’란 주장이 있긴 했죠. 이제는 블랙베리 없이는 업무를 생각할 수 없다는 현장 경찰의 코멘트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 블랙베리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하기로 한 영국 경찰, 왼쪽 어깨에 무전기 대신 블랙베리가 부착돼 있다

요약하면 실용주의다.

 

기 자는 멀티미디어 교육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정부가 2007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디지털교과서사업에 대해 물었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지금도 단말기 플랫폼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해라' '저렇게해라' 하는 훈수와 우려도 쏟아진다.

 

 “고 가인데다 지나치게 사양이 높다” “반사조명이 아니므로 하루 종일 들여다 보면 안과적 질환이 우려된다” “쓰기에 복잡하다” “갑자기 불쑥 등장한 터치방식 모니터 피드백이 PC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겐 오히려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 

 

대충정리하면 이렇다.

 

요 즘에는 태블릿PC보다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이 더 나은 대안이란 얘기까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엔 미국 7개 대학이 디지털 교과서 시범서비스용으로 채택한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매킨토시가 사용하기엔 100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하죠. 저는 기사 데이터 수집 등 3가지 정도의 핵심기능만을 좋아해서 지금껏 사용하고 있어요”

 

곽 교수는  디지털교과서도 핵심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킨들이 대학의 문화를 바꿔놓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얼마 전 번역 의뢰를 받으면서 조건으로 아마존 킨들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실제 써보니 번역 스폰서 기능이 있어 번역을 더욱 맛깔 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킨들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곽 교수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하는 눈치였다.

 

“감동적인 영화를 7인치, 10인치, 20인치로 보든 그 감동은 똑같아요. 그런대 정부가 나서서 ‘4인치로 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나머진 시장에 모두 맡기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정부 예산이 하드웨어에 몰리다 보니 플랫폼, 콘텐츠를 등한시한 성과 내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있다. 생색내기 시범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다.

 

곽동수 교수의 질책도 이어진다.

 

“디 지털교과서는 정책이나 산업, 교육 측면에서 뚜렷한 방향성이 없죠. 중앙 조타실도 없는 경우 라고 할까요. 태블릿PC가 중심이 된 것은 어디까지나 공급자 중심에서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20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제공하는 게 차라리 더 낫겠다 싶었죠. 교육의 미래를 보건대 디지털교과서로 얻을 게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아요.”(곽동수 교수는 걸려온 전화를 장시간 받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TV홈쇼핑에 대한 이야기가 통화 중 잠깐 거론됐다)

 


다 음 대화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진행하는 ‘앱스토어’ 사업으로 넘어갔다. 곽 교수는 ‘빈 칸 성장이론’을 기자에게 펼쳤다. 1-2-3-4-5순이 아닌 1-( )-3-( )-5-( )-7-( )-9식으로 뛰어 넘기 식의 성장을 이뤄낸 한국경제성장의 특수성을 해석한 곽동수 교수의 논리가 적용됐다.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지다 보니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은 거의 해보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문화적, 사회적 성숙 과정에서 ‘질풍 노도의 시기’가 없었던 거죠. 더 큰 문제에요”

 

그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기존의 서비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비스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는 방향 설정과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펼쳤다.

 

“'물먹는 하마’가 나오니까 ‘물먹는 코끼리’가 나오는 것처럼 비슷하게 따라서 하는 것을 한국사회에선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사회적으로 미성숙된 단면이죠. 좀더 비용이 들면 어때요. 새로운 발상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곽 교수는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도 기업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이찬진, 안철수 다음 타자의 등장이 절실하단다.

 

“TV 아침마당에 앱스토어로 성공한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의 성공사례가 나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국SW 시장은 희망이 없다고 떠난 개발자들이 돌아오지 않겠어요. SW개발자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이찬진, 안철수외에 또 누가 있나요”

 

젊은 시절 DJ로 활동한 괴짜스런 이력 때문일까.

 

TV 경제 프로그램의 고정코너를 맡아 진행할 정도로 능숙한 언변의 마술사 곽동수 교수가 이젠 사이버대학교 강의 커리큘럼의 PC모니터를 넘어 TV홈쇼핑에도 출연한단다.

 

내 달부터 모 홈쇼핑에는 호스트가 없는 방송이 뜬다. 대신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 콘셉트로 전문가들이 수다를 펼치는 이색적인 TV홈쇼핑 방송이 15분 분량으로 진행된다. 기존의 형식이 파괴된 것으로 곽동수 교수가 제안했다고 한다.

 

“발상의 전환이요, 그건 우리 모두 아는데 안 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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