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8일 목요일

깨어나라

"가서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다 백성에게 말하라 하매"

(사도행전 5장 20절)

 

 

분노를 가슴에 품지 말고

응어리진 마음이

모진 시대를 깨우는 노래가 되게 하라

 

부스러지도록 연약한

한마리 나비되어

떠난 자의 슬픈 울음을 허공에 뿌리지 마라

 

깨어나라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생명을 전하라

 

눈물로 싹을 틔우고

흘린 그 피가 되살아나

큰 나무로 자라 우거질때까지

 

깨어나라

 

네 바라보는 곳은 이 땅이 아니지만

네 선 곳은 이 땅이니

그 곳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정에 날아든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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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못사는 집안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살면서 핍박을 느껴본 적도 없지만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태생적인 거부감이 있다. 누가 보면 내가 바로 그 기득권층에 속한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노무현이란 사람은 한때는 내가 택한 내 편이었지만

왠지 대통령이란 권좌에 오르면서는 더이상 내 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느꼈다. 누군가 그렇게 느끼도록 만든 것에

말려들어간 것이란 말은 안하고 싶다.

어쨌든 지나간 날들동안 나는 그 사람과 완전히 멀어졌고

이라크 파병, 한미 FTA등을 통해서는 아예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노무현이 얼마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세상의 모습이

어떤것이었는지 알려고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떠난 자는 말이 없고 살아 있는 자가 떠안는 부채감이 무엇인지

살면서 처음 깨닫는다.

 

천국 소망을 가진 기독교인이

천국을 바라보며 그곳에 뜻을 두고 사는 일생을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날이 올때까지 일생을 보낼

이 땅위에 당연하다는 듯이 만연한  불의와 부정, 불평등을

함구하는 것 또한

나라는 생명을 이 땅위에 심어주신 분의 은혜와

태어나게 해주신 이유에 대한 책임회피 아니겠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한 평생을 보내다 갈 수 있는 땅

그 땅은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지.

머리로만, 머리로만 안다고 말했던 순간들에 대해

회한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시청앞광장에 나가고

영정앞에 국화를 올렸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죄악을 범했을리가 없음을 굳게 믿는다.

 

잃고 난 후에 아쉬워 하면 무엇하랴.

하지만 그를 잃고 나는 더 소중한 무언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비단

나하나에게만 국한 된 일이 아니란 것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이 땅에 뿌려진 그의 핏자욱이

헛되지 않을 것임을,

그렇게 되기를 확신하며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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