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5일 월요일

그대, 잘가라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릅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그대 잘가라...

그대 잘가라...

 

<부치지 않은 편지 _ 김광석>

 

사실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같이 단순하게 희망에 부풀어서 당신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적어도 당신은 그전에 보아왔던 그 사람들과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이 땅에서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 온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내 삶이 그렇게 온갖 것들에 대해 분루를 삼켜야할 만큼 비참했던 것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는 벗어나지 못했고, 벗어날 수 없었던 좋지 못한 멍에를 짊어지고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달라지길 바랐고, 누군가 앞서서 그 길을 향해 뛰어주길 바랄때

20년동안 국민들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당신이 나타나주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환호는 잠시뿐이었고,

당신의 행보가 그 길에서 어긋날때마다 우리는 실망하고 또 한없이 실망했습니다.

 

결국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뿐 아니라 심지어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내 속에 당신은 몇몇가지 일로 인해 변절자로 남게 되었고

누구나 '자리'에 앉으면 다 똑같아 진다고

그렇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유유히 시골로 떠나갈때

나는 당신을 다시 한 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누구에 대한 반감때문이기도 했지만

권좌에서 홀연히 발걸음 가볍게 떠나는 그런 모습을

이전에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마을 연단위에서 소리쳤죠.

이제 시원하다고.

이제 시원하다고.

 

그런데 

처음엔 누구보다 아름답게 떠난 사람이

왜 결국 누구보다 슬프게 간 사람으로 남았나요.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나요?

 

무엇을 원했던 건가요?

당신은 스스로 혼자만의 안위를 위해 그런 선택을 할만큼

작아져있었던건가요?

아니면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하기를

누군가 원했던건가요?

 

이제 당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또 우리는 들을 수 없겠지만

이 세대에 남겨진 슬픔은 한동안 가시지 않을겁니다.

 

떠난 당신이 우리에게 던져주고 간 질문은 너무도 큽니다

해답을 찾을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시대의 아픔 따위의 말은 이제 없어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으로 인해 나와 우리 가슴에는

큰 생채기가 남았습니다.

 

다시 한 번 당신이 미워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억누르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당신이 미워지지 않게 버티고 있습니다.

 

부디 이제는

아픔도 고통도 없는 곳에서

편안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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