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7일 토요일

[스크랩] 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요인들

네이버 칼럼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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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 지은 어록인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천지는 적연(寂然)히 움직이지 않지만 그 활동은 조금도 쉬는 일이 없다. 일월(日月)은 밤낮으로 바삐 달리건만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로운 때면 긴급에 대응하는 마음을 가지며, 바쁜 때면 느긋한 멋을 지녀야 한다.” 흔히 말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노후 준비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부터 준비하는 게 상책이다. 은퇴를 1~2년 앞두고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은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벼락치기 공부와 다를 바 없다. 설사 벼락치기 공부를 해서 한두 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실력으로 쌓이지는 않는다. 평상시에 예․복습을 꾸준히 해오던 학생들과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벼락치기 공부가 그 동안 밀린 것을 한꺼번에 하려니 힘도 들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처럼 노후 준비 역시 막상 닥쳐서 하려면 여러 모로 부담이 크고 힘에 부치게 마련이다.

 

1. 돈이 없어!

 

‘누가 그걸 모르나? 헌데 어떡해? 지금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노후 준비할 돈이 어딨어? 당장 돈 쓸 데가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재앙일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렇다고 그저 손 놓고 있으면 자신의 노후만 비참해질 뿐이다.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의 모습이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는데도 이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몰라서 못하는 것과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럼 빠듯한 살림살이에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가 지난 6년간 재무 상담을 해온 결과에 비추어 볼 때 그럴수록 재무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재무 상담을 해보면 십중팔구는 새나가는 돈이 있다. 이것만 찾아내도 충분하진 않겠지만 어느정도 노후 준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돈이 없어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심리학에 조하리 윈도우(Johari‘s Window)라는 게 있다. 이를 보면 사람을 네 영역으로 나누어 놓았다.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부분(Open Area)과 나는 아는데 남이 모르는 부분(Hidden Area), 그리고 나는 모르는데 남이 아는 부분(Blind Area),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부분(Unknown Area)이 그것이다.

 

이를 재무 상담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단순하게 해보자. 우선 소득과 지출항목을 적어 보면 가정의 재무 상태를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개중에는 분명히 자신만 알고 있는, 밝히고 싶지 않은 소득과 지출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허투루 쓰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데 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새는 돈이 있는 것이다.

 

새나가는 돈을 잡기면 하면 그것으로 얼마든지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새나가는 돈이 거의 없을 경우에는 지출 내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녀 교육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 노후 자금을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면 교육비를 줄이고 줄어든 비용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투자원칙 중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리인 “계란을 한 바구니에 절대 담지마라”는 것처럼...

 

2. 사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재무 설계야?

 

IMF를 겪으면서 평생직장, 60세 정년은 옛말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40~50대 직장인은 고달프다. 직장에서 자기 업무를 수행해야 할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자기 계발도 필수가 되었다. 뒤늦게 영어다 중국어다 외국어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40~50대 돌연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요즘 몸을 돌보는 것도 일이 되어 버렸다.

 

비단 직장인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마음 편할 리 없다. 경쟁은 날로 심해지고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도 높아져만 간다.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 말리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어쩌면 이들은 회사라는 방패막이조차 없어 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회 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예로부터 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이 있듯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처럼 현대인은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직장 일과 자기 계발에 얽매이고, 휴일이면 종교나 취미 등 사회 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차분히 앉아 가정 경제를 돌아볼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람들이 바쁜 이유가 무엇인가?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재무 상황을 진단해 볼 일이다. 새나가는 돈을 잡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어찌 보면 사는 게 바빠 재무 설계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지 모른다.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핑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동안 자신이 꾸려 왔던 가정 경제의 허점들이 드러날까 봐 이를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굳이 그런 것을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번쯤 자신의 가정 경제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대로 살아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불안에 떨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재무 설계를 받아보라. 당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3. 믿을 건 부동산뿐이다?

 

노후 준비를 방해하는 주범 중 하나는 부동산에 올인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내 집을 마련하거나 큰 평수 갈아타기로 인한 대출금 상환으로 허리가 휘는 가계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가정을 보면 노후 준비는 커녕 저축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하게 말하면 자신의 인생을 부동산과 맞바꾸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집 한 채 마련한 것으로 자신의 노후 준비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연령대가 높을수록 금융 자산보다는 고정 자산(부동산)의 비율이 높고,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0~20년 후를 내다보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떨렁 집 한 채만을 사 놓고 승부를 보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역모기지론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요에 맞춰 아파트를 계속 새로 짓다 보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분명히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거나 공급이 초과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어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받던 역모기지론 연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후 생활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데 20%의 현재와 80%의 과거를 참고한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20대 80의 법칙이 여기서도 성립한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80%의 과거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20%의 현재에 좀 더 집중해 보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라면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노후 자금처럼 꼭 필요한 돈이라면 올인은 금물이다.

 

4. 자식이 잘 되어야 내 체면이 산다?

 

부동산과 더불어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주범은 자녀 교육비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실로 대단하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각종 학원에 개인 과외까지, 그리고 방학에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는 강남의 대치동에 유학(?)을 보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조기유학 열풍에 아내와 자녀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들만 해도 2007년 현재 18~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교육비를 마련하느라 학부모들은 등골이 휜다. 대치동에 사는 대기업 간부사원의 부인이 자녀의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식당에서 찬모일 까지 할 정도라면 이는 말 다한 거 아닌가?

 

이렇게까지 하며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 자식이 일류대학을 나와 출세하기를 바라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를 통해 대신 이루고자 하는 마음, 혹은 자신들의 못 배운 삶을 자녀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는 물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연관이 있다. 서열화된 대학 체제로 인해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생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부모들은 출세의 등용문으로 인식되는 특정 대학에 보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뒷바라지 한다.

 

이는 비단 고등학생들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자립형사립고 도입이나 특목고 확대 등으로 고등학교까지 서열화되어 중학생 때부터, 아니 더 나아가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까지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남들이 하니까 덩달아 따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교육에도 자기 나름의 철학이 가미되어야 한다. 자신의 재력에 맞으면서도 남다른 교육 방법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녀가 당신의 노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자녀 교육 때문에 자신의 노후 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자신에게뿐 아니라 자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20~30년 후 노후대비를 못해 놓은 당신은 당신의 자녀가 자식된 천륜의 도리를 등지지 못한다면 자녀에게 아주 큰 짐이 될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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